이스터섬, 개발 광풍으로 유혈사태

이스터섬, 개발 광풍으로 유혈사태

ㆍ칠레 정부 휴양지화, 본토인 이주 추진
ㆍ원주민, 관공서 점거 항의에 강경진압

인구 약 4900명의 작은 이스터섬에서 개발 광풍으로 인해 유혈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개발에 반발하는 주민들을 칠레 정부가 경찰병력을 동원해 진압하고 있기 때문이다.

4일 AP통신에 따르면 남태평양의 칠레령 이스터섬에서 지난 3일 새벽 관공서를 점거하고 있는 주민들과 폭동진압경찰이 충돌하면서 적어도 20명 이상이 다쳤다. 칠레 경찰은 돌을 던지며 저항하는 주민들을 고무탄과 최루가스를 사용해 강경 진압했다.

                                                                                 <출처 : 위키피디아>

칠레 본토로부터 3580㎞가량 떨어져 있는 이 외딴 섬에서 이처럼 주민들과 경찰 사이에 유혈사태가 빚어지게 된 것은 정부의 개발정책 때문이다. 칠레 정부는 관광수입을 늘리기 위해 섬을 휴양지로 개발하는 데 2억5000만달러(약 2850억원)를 투자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또 본토로부터 이스터섬으로의 이민도 장려하고 있다.

그러나 주민들로 구성된 ‘라파누이그룹’은 칠레 정부의 개발정책에 반발해 지난 9월부터 3개월 동안 이스터섬 내 10여개의 관공서 건물을 점거하고 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칠레 정부의 개발정책으로 인해 고대유적들이 파괴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또 기반시설도 제대로 갖춰놓지 않고 이민을 장려하면서 원주민들이 밀려나게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라파누이는 이스터섬의 옛 이름인 동시에 이 섬의 원주민들이 자신들을 가리킬 때 쓰는 말로 거주인구 가운데 라파누이는 2200명 정도이다. 주민들은 농성장인 관공서 건물도 칠레 정부가 자신들의 조상들로부터 불법적으로 강탈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반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주민과 경찰 간의 충돌은 더욱 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5일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칠레 내무장관은 4일 이스터섬에 추가로 파견한 경찰 병력이 관공서를 점거하고 있는 주민들에 대한 진압을 계속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민들도 물러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스터섬은 사람 얼굴 모양의 거대 석상 모아이 887개가 섬 곳곳에 놓여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곳이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으며 대부분 지역이 라파누이 국립공원으로 보호받고 있다. 3.5~10m 크기에 무게 20~90t에 달하는 모아이를 보기 위해 매년 약 5만명의 관광객들이 이스터섬을 찾고 있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