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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부 기사 2010.8.~

“위키리크스가 국가 안보 해친 적 없다”

“진실에 재갈 물리기” 위키리크스 설립자 줄리안 어산지의 지지자가 영국 런던의 웨스트민스터 치안법원 앞에서 입에 재갈을 문 채 어산지의 체포, 구금에 항의하고 있다. 양손에는 “진실에 재갈 물리기” “미국이 짖으니, 스웨덴은 꼬리를 흔드는구나”라고 쓰인 종이를 들고 있다. 런던 | AP연합뉴스

“위키리크스가 국가 안보 해친 적 없다”

ㆍ어산지 체포 이후
ㆍ英 법원, 첫 심리에서 보석 신청 기각
ㆍ‘스웨덴 송환’ 항소 준비… 후임 거론도

영국 경찰에 체포된 비리폭로 전문사이트인 위키리크스의 설립자 줄리안 어산지(39)는 구금상태에서 수개월간 법정투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어산지 체포 이후에도 위키리크스의 문건 폭로 활동은 계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8일 영국 BBC방송 등에 따르면 영국 웨스트민스터 치안법원은 지난 7일 어산지 체포 후 열린 첫 심리에서 어산지의 보석 신청을 도주의 위험이 높다는 이유로 기각했다. 좌파 다큐멘터리 감독으로 유명한 켄 로치 등 영국 및 호주의 지식인, 유명인사들이 보석금 18만파운드(약 3억2363만원)를 부담했지만, 법원이 이를 인정하지 않아 어산지는 다음 심리날짜인 오는 14일까지 구금 상태로 지내게 된다. 법원이 14일 어산지의 보석 여부를 결정할지는 확실하지 않은 상황이다.

법원이 체포영장의 혐의를 인정할 경우 어산지는 스웨덴으로 송환되지만 이 과정에는 수개월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영국 인디펜던트는 어산지의 법률팀이 영국 고등법원에 스웨덴 송환에 대한 항소를 준비하고 있으며, 대법원까지 올라갈 경우 수개월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어산지는 지난 7일 오전 9시30분 영국 경찰과의 협상을 거쳐 자진 출두한 뒤 체포됐다. 어산지는 지난 8월 스웨덴에서 2명의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으며, 스웨덴 검찰은 지난 6일 영국 경찰에 범죄인 인도요청서를 전달한 상태다.


어산지는 언론 기고 등을 통해 위키리크스의 활동이 정당함을 주장하고 있다. 그는 호주 더오스트레일리안 8일자에 기고한 글에서 호주 언론인 키스 머독이 제1차 세계대전에서 영국 지휘부에 의해 호주 병사 수천명이 불필요하게 희생된 갈리폴리 작전에 대해 폭로한 것을 언급하며 “거의 한 세기 후 위키리크스도 공개될 필요가 있는 사실에 대해 두려움 없이 발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위키리크스가 국가 안보를 해치고 있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위키리크스가 4년 동안 활동을 해왔지만 지금까지 내가 알기로 단 한 명도 해를 입은 사람은 없다”고 주장했다.

위키리크스의 자원봉사자들은 어산지가 체포된 지난 7일 밤 런던에서 모여 어산지 체포 이후 위키리크스의 활동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고 가디언지가 전했다. 이날 모인 자원봉사자들은 일부가 어산지의 석방을 위해 활동하는 동안 나머지 다수는 이전까지처럼 외교전문 공개활동을 계속해 나가기로 했다. 위키리크스가 공개할 예정이던 25만여개의 외교전문 가운데 위키리크스는 8일 현재 960건만 사이트에 올린 상태다. 어산지가 없는 위키리크스를 이끌 인물로는 크리스틴 흐라픈손 위키리크스 대변인이 주목받고 있다.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어산지가 체포될 위험 등으로 공개활동이 어려워진 후 아이슬란드 국영방송 RUV 출신의 탐사보도 전문기자인 흐라픈손이 대변인으로서 활동반경을 넓혀왔다고 7일 보도했다.

한편 스웨덴에서 영국으로 온 뒤 어산지가 은신처로 사용했던 곳은 런던의 언론인 클럽인 프런트라인 클럽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어산지는 프런트라인 클럽이 독립적인 단체라 작업하기에 안전하고, 언론인들과 항상 접촉할 수 있는 장소라는 이유로 은신처로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프런트라인 클럽은 위키리크스가 지난 7월 아프가니스탄 전쟁 기밀문건 공개 당시 기자회견을 한 장소이기도 하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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