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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부 기사 2010.8.~

캄보디아 수상축제 중 인파 몰려 400명 이상 압사·익사

캄보디아 수상축제 중 인파 몰려 400명 이상 압사·익사

ㆍ‘킬링필드’ 이후 최대 참사


뒤엉킨 사람들… 숨막히는 아비규환 23일 이른 새벽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의 코픽섬 다리에서 수십명이 뒤엉킨 채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연례 물축제의 마지막날이었던 전날 밤 인파 수천명이 몰리면서 발생한 압사참변으로 23일 현재 80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프놈펜 | 로이터뉴시스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서 축제 도중 인파가 한꺼번에 몰려 400여명이 숨지는 참사가 일어났다.

23일 AP통신과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 22일 밤 9시30분쯤(현지시간) 프놈펜을 지나는 바삭강 코픽섬에서 수상축제를 보던 주민들이 다리를 통해 빠져나오다 일부가 의식을 잃고 넘어지면서 대규모 압사사고가 발생했다. 다른 사람들에게 깔려 질식사하거나 다리 밖으로 뛰어내렸다가 익사하는 등 23일 현재 최소한 410명이 사망하고 400명 이상이 다쳤다. 

정확한 사고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며 수색작업이 진행되면 사망자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캄보디아 정부는 사망자 가운데 외국인은 없다고 밝혔다.

해마다 프놈펜 톤레사프강 주변에서 벌어지는 수상축제는 캄보디아에서 가장 큰 행사로 올해는 3일 동안 200만명 이상이 축제를 보기 위해 프놈펜을 찾았다. 수백척의 화려한 배들이 경주를 하는 마지막 날 행사는 특히 인기가 많아 사고가 벌어진 코픽섬에는 수천명의 인파가 모여 있었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배 경주가 끝난 후 프놈펜 시내와 코픽섬을 잇는 다리를 건너던 이들 중 몇 명이 의식을 잃고 쓰러진 게 사고의 발단이 됐다. 뒤에 따라오던 이들이 넘어진 이들에게 걸려 뒤엉키고 공황상태에 빠진 이들이 다리에서 벗어나려 서두르면서 대형 사고로 번졌다. 한 호주인 목격자는 B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적어도 50명이 다리에서 뛰어내렸고 다리로 올라오려고 전선을 잡은 이들이 감전돼 사망했다”고 말했다.

현지에서는 폭력조직들이 다리 위에서 총을 쏴 다리를 건너던 이들이 달아나려다 사고가 난 것이라는 소문도 돌고 있다. 사고 후 다리 위에는 희생자들의 시신과 찢어진 옷, 신발 등이 즐비했고, 강에도 희생자들의 시신들이 떠다녔다. 인근 병원은 시신과 부상자들로 가득찼다.

훈센 캄보디아 총리는 22일 밤 긴급방송을 통해 “크메르루주 정권 붕괴 이후 지난 31년 동안 일어난 일 중 가장 큰 비극”이라고 말했다. 1975~79년 크메르루주 정권이 집권한 동안 캄보디아에서는 약 200만명이 학살당했다.

캄보디아 정부는 사고 원인을 밝히기 위한 특별조사위원회를 설치하고, 25일을 국가적인 추모일로 선포했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