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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부 기사 2010.8.~

나토 간부 “카불이 런던·뉴욕보다 어린이에게 안전”

나토 간부 “카불이 런던·뉴욕보다 어린이에게 안전”

ㆍ‘아프간 현실’ 왜곡… 올 테러로 아동 70여명 숨져

아프가니스탄 카불 거리의 아이들이 런던이나 뉴욕의 아이들보다 안전하다고?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고위 간부의 아프간 현실을 왜곡하는 발언이 물의를 빚고 있다. 나토가 2014년까지 철군하기로 한 출구전략만 세웠을 뿐 실제 아프간의 상황에 대해서는 안이한 인식을 갖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문제 발언의 장본인은 나토의 아프간 담당 민간대표인 마크 세드윌이다. 그는 22일 BBC방송 어린이 프로그램인 뉴스라운드와의 인터뷰에서 “런던, 뉴욕, 글래스고나 다른 많은 도시들에 사는 어린이들보다 여기(카불)에 사는 어린이들이 더 안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드윌은 폭탄 때문에 불안해하는 카불 아이들에 대한 질문에 “사실 카불과 다른 큰 도시들에 폭탄(테러)은 거의 없다”며 “탈레반의 근거지인 칸다하르에 사는 아이들도 안전하게 일상생활을 누리고 있다”고 태연하게 답했다.

당장 아동구호단체들의 반발이 제기됐다. 저스틴 포사이스 세이브더칠드런 대표는 “아프간 어린이 4명 중 1명이 5살이 되기 전에 사망한다”면서 “아프간은 지구상에서 어린이에게 가장 위험한 곳”이라고 되받았다. 세드윌이 언급한 영국 글래스고 시의회도 “잘못된 내용”이라고 반박했다. 

카불의 아이들조차 같은 프로그램의 인터뷰에서 테러 때문에 느끼는 두려움에 대해 호소했다. 소라드(16)는 “학교에서 폭탄이 터질까봐 두렵다”고 말했다. 마니자(11)는 “폭탄이 터질 때 사람들이 죽는 게 슬프다”고 말했다. 올 상반기에만 아프간에서 사제폭탄이나 자살공격 때문에 사망한 어린이의 수는 74명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5배가량 늘어난 것이다.

세드윌의 발언은 나토가 아프간 출구전략만 신경쓸 뿐 현실에 대해서는 도외시하고 있다는 비판을 낳고 있다. 나토는 지난 19~20일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열린 정상회의에서 2014년까지 아프간 임무를 종료키로 합의했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아프가니스탄 지도 출처는 위키피디아 한글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