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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부 기사 2010.5.~

“분쟁 32개국에도 평화를” 독도서 외친 ‘월드컵 정신’ 2010.6.14.

ㆍ평화동아리 중학생들 실상 알리기 퍼포먼스

남아공월드컵 개막전이 열린 지난 11일 낮 독도에서는 이색적인 퍼포먼스가 펼쳐졌다. 전국에서 모인 중학생들이 독도 선착장에서 분쟁을 겪고 있는 32개 나라의 국기를 들고 세계 평화를 외쳤다. 월드컵 출전국과 같은 수의 분쟁국 국기에는 월드컵이 평화의 제전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들이 모아졌다.

전국의 ‘평화활동 동아리’ 중학생 회원 40명이 지난 11일 ‘독도, 평화를 외치다’라고 적힌 플래카드와 축구공 모형 등을 들고 세계 평화를 외치고 있다. | 굿네이버스 제공


‘월드컵의 승리와 세계평화’를 모토로 학생들이 펼친 평화 퍼포먼스는 9일부터 12일까지 열린 ‘독도 평화캠프’의 하이라이트였다. 국제구호 비정부기구(NGO)인 굿네이버스가 주관하고 SK텔레콤이 후원한 이 행사에는 서울·부산·강원·광주 등 전국 곳곳에서 평화동아리 활동을 하는 중학생 40명이 참가했다. 

3박4일간 진행된 캠프에서 학생들은 폭력·빈곤·분쟁 등에 대한 해법을 고민했다. 딱딱한 강연이 아닌 놀이와 과제 수행을 통해 학생들은 평화의 중요성을 새롭게 새겼다. 세계지도에서 분쟁을 겪고 있는 국가를 찾는 퀴즈와 상황극을 직접 연출하고, 조별로 해결책을 찾는 토론도 이어갔다.

11일 독도 선착장에서 벌인 평화 퍼포먼스를 위해 학생들은 전날부터 세계의 분쟁지역 32개국을 골라 국기를 직접 만들었다. 

한국·일본·북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이란·이라크, 그리스·터키, 중국·티베트, 러시아·체첸, 인도·파키스탄 등이 모두 포함됐다. 월드컵 본선 참가국 수와 같은 32개국 국기를 학생들이 든 것에는 월드컵 기간만이라도 분쟁없는 세상을 만들자는 의미가 담겼다. 국기 뒤쪽에서는 학생 8명이 한 글자씩 적힌 피켓을 들어 ‘독도, 평화를 외치다’를 완성했다.

아이들은 담임교사 추천을 받거나 독도에 와보고 싶어서 참석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들의 평화에 대한 인식은 캠프를 마친 후 훌쩍 자라 있었다. 이아영양(15·온양여중 3년)은 “예전에는 그냥 일본이 미웠고, 감정적으로 욕만 했다”며 “하지만 독도를 직접 보면서 감정적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 객관적이고 역사적인 사실을 들어 일본을 설득하고 비판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화성 동화중 1학년인 이다연양(13)은 “앞으로 빈곤 때문에 고통받는 사람들을 돕기 위해 용돈을 모아 기부할 생각”이라며 “국내에서 빈곤으로 고통받는 아이들뿐 아니라 지진이 일어난 뒤 지금도 고통을 겪고 있는 아이티 등 제3세계의 가난한 나라들을 위해 봉사하고 싶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