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6·2 선거 ‘풀뿌리 민주주의’ 실험의 결과
ㆍ생활정치 ‘희망·벽’ 동시 체험
6·2 지방선거는 ‘풀뿌리 생활정치’의 깃발을 든 군소후보들에게도 의미 있는 성적표를 남겼다. 3명의 광역·기초의원을 배출하며 과거보다 약진했지만, 정당들의 정치독점 틀을 넘지 못한 낙선자들도 이어졌다. 갈 길이 먼 풀뿌리 정치의 희망과 벽을 동시에 체험한 선거였다.
◇현장 밀착과 소통이 당선자의 힘이다 = 전국 19개 지역정치운동 단체들이 연대한 풀뿌리좋은정치네트워크(풀뿌리네트워크)는 지방선거에서 ‘참다운 동네정치’를 표방하며 17명의 후보를 내 3명이 당선됐다. 서형원 과천시의원은 재선에성공했고 대구 북구의회 유병철 당선자(사진 오른쪽)와 전남도의회 정정섭 당선자(사진 왼쪽)는 지방정치 무대에 새로 입성했다. 풀뿌리네트워크가 직접 무소속 주민 후보를 선정하고 공동정책을 내면서 주목받은 유권자 운동이었다.
당선자들은 주민들과 밀착된 생활을 하면서 주민들의 목소리와 현실정치 간의 막힌 통로를 뚫는 데 힘을 쏟은 게 공통점이다. 유 당선자는 대구 북구 대현동에서 20년 동안 거주한 ‘토박이’다. 그는 ‘감나무골 새터 공동체’와 ‘나눔과 섬김의 집’을 열어 주민들의 불편함을 풀어왔다. 무료 탁아방과 작은 도서관도 문 열어 노인·청소년들이 자원봉사로 운영하도록 했다. 주민들이 필요한 시설을 스스로 만들어가도록 한 것이다. 군의문사 진상규명위원회 조사관으로 유족들의 한을 풀어주는 활동을 하기도 했다. 대구는 한나라당이 초강세였지만, 주민들의 추천을 받고 “동네 아이들과 엄마들을 대표해서 나왔다”는 그에게 유권자들은 표를 몰아줬다. 유 당선자는 “삶으로 보여준 진정성을 믿어주신 것 같다”며 “주민참여예산제와 정보공개제도 등을 활성화해 주민들과 함께 행정을 엄정하게 감시하겠다”고 말했다.
정정섭 당선자도 민주당 강세 지역에서 전남도의회에 진출했다. 그는 학생운동을 하다 제적된 후 24년간 고향 구례군에서 농민운동에 투신했다. 구례농민회와 화엄사 간 자매결연을 성사시켜 농가소득을 올렸고 구례의 특산물인 산수유를 수입하겠다는 정부 방침에 맞서 철회시키기도 했다. 그는 “촌놈도 정치를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 큰 의미”라며 “지역 주민의 가려운 곳을 잘 아는 점과 기존 지방정치에 대한 염증과 불만이 컸던 것이 승리하게 된 주요 원인”이라고 풀이했다.
◇벽이 높지만 희망도 봤다 = 당선자 세 사람도 지적하듯이 풀뿌리 후보들의 공통된 불만은 기존 정치권 후보들의 ‘프리미엄’이 너무 크다는 것이다. 정당 공천을 받은 ‘낙하산’ 후보들이 투입되면서 정책 경쟁은 후순위로 밀리고 정권 심판이나 안보문제에 몰입하는 부작용이 되풀이됐다는 것이다. 조직력을 동원한 정당들의 지원 경쟁이 가열되면서 풀뿌리 후보들의 목소리가 부각되지 않은 문제점도 호소했다.
서울 도봉구의원에 도전했던 이창림 후보자는 “정당 공천을 보면 지역협의회의 조직부장·여성부장 등 그동안 충성해온 사람들에게 자리 하나 주는 식으로 진행됐다”며 “구의원 선거까지 이런 후보들이 나와 천안함과 정권심판 등 중앙정치 이슈를 제기했다”고 지적했다. 광주 남구의원 선거에서 낙선한 임승호 후보는 “유권자들이 주민자치위원회나 부녀회 같은 조직을 통해 정보를 얻는 식이어서 조직력이 강한 사람이 많은 득표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동네 정치에 정당이 개입할 수 없도록 선거제도를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선거에서 희망을 봤다는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서울 마포구의원에 도전했다가 3위로 낙선한 문치웅 후보는 “유권자들이 풀뿌리 정치에 대해 의아해하다가도 ‘주민이 통제하고 관리할 수 있는 후보를 갖는다’는 말에 관심과 공감을 표시하곤 했다”며 “어떻게 주민들이 (동네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지 등도 알게 됐다”고 말했다.
풀뿌리네트워크 최승우 활동가는 “풀뿌리 정치는 주민들이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운동이기에 정체성이 명확하다는 점에서 발전과 성공 가능성이 크다”며 “풀뿌리 운동과 정치는 늦춰질 수는 있겠지만 꾸준히 성장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ㆍ생활정치 ‘희망·벽’ 동시 체험
6·2 지방선거는 ‘풀뿌리 생활정치’의 깃발을 든 군소후보들에게도 의미 있는 성적표를 남겼다. 3명의 광역·기초의원을 배출하며 과거보다 약진했지만, 정당들의 정치독점 틀을 넘지 못한 낙선자들도 이어졌다. 갈 길이 먼 풀뿌리 정치의 희망과 벽을 동시에 체험한 선거였다.
정정남(왼쪽)·유병철 당선자
당선자들은 주민들과 밀착된 생활을 하면서 주민들의 목소리와 현실정치 간의 막힌 통로를 뚫는 데 힘을 쏟은 게 공통점이다. 유 당선자는 대구 북구 대현동에서 20년 동안 거주한 ‘토박이’다. 그는 ‘감나무골 새터 공동체’와 ‘나눔과 섬김의 집’을 열어 주민들의 불편함을 풀어왔다. 무료 탁아방과 작은 도서관도 문 열어 노인·청소년들이 자원봉사로 운영하도록 했다. 주민들이 필요한 시설을 스스로 만들어가도록 한 것이다. 군의문사 진상규명위원회 조사관으로 유족들의 한을 풀어주는 활동을 하기도 했다. 대구는 한나라당이 초강세였지만, 주민들의 추천을 받고 “동네 아이들과 엄마들을 대표해서 나왔다”는 그에게 유권자들은 표를 몰아줬다. 유 당선자는 “삶으로 보여준 진정성을 믿어주신 것 같다”며 “주민참여예산제와 정보공개제도 등을 활성화해 주민들과 함께 행정을 엄정하게 감시하겠다”고 말했다.
정정섭 당선자도 민주당 강세 지역에서 전남도의회에 진출했다. 그는 학생운동을 하다 제적된 후 24년간 고향 구례군에서 농민운동에 투신했다. 구례농민회와 화엄사 간 자매결연을 성사시켜 농가소득을 올렸고 구례의 특산물인 산수유를 수입하겠다는 정부 방침에 맞서 철회시키기도 했다. 그는 “촌놈도 정치를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 큰 의미”라며 “지역 주민의 가려운 곳을 잘 아는 점과 기존 지방정치에 대한 염증과 불만이 컸던 것이 승리하게 된 주요 원인”이라고 풀이했다.
◇벽이 높지만 희망도 봤다 = 당선자 세 사람도 지적하듯이 풀뿌리 후보들의 공통된 불만은 기존 정치권 후보들의 ‘프리미엄’이 너무 크다는 것이다. 정당 공천을 받은 ‘낙하산’ 후보들이 투입되면서 정책 경쟁은 후순위로 밀리고 정권 심판이나 안보문제에 몰입하는 부작용이 되풀이됐다는 것이다. 조직력을 동원한 정당들의 지원 경쟁이 가열되면서 풀뿌리 후보들의 목소리가 부각되지 않은 문제점도 호소했다.
서울 도봉구의원에 도전했던 이창림 후보자는 “정당 공천을 보면 지역협의회의 조직부장·여성부장 등 그동안 충성해온 사람들에게 자리 하나 주는 식으로 진행됐다”며 “구의원 선거까지 이런 후보들이 나와 천안함과 정권심판 등 중앙정치 이슈를 제기했다”고 지적했다. 광주 남구의원 선거에서 낙선한 임승호 후보는 “유권자들이 주민자치위원회나 부녀회 같은 조직을 통해 정보를 얻는 식이어서 조직력이 강한 사람이 많은 득표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동네 정치에 정당이 개입할 수 없도록 선거제도를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선거에서 희망을 봤다는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서울 마포구의원에 도전했다가 3위로 낙선한 문치웅 후보는 “유권자들이 풀뿌리 정치에 대해 의아해하다가도 ‘주민이 통제하고 관리할 수 있는 후보를 갖는다’는 말에 관심과 공감을 표시하곤 했다”며 “어떻게 주민들이 (동네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지 등도 알게 됐다”고 말했다.
풀뿌리네트워크 최승우 활동가는 “풀뿌리 정치는 주민들이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운동이기에 정체성이 명확하다는 점에서 발전과 성공 가능성이 크다”며 “풀뿌리 운동과 정치는 늦춰질 수는 있겠지만 꾸준히 성장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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