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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부 기사 2010.5.~

南,‘인민 루니’ 정대세에 반했다 2010.6.17.

‘한국 국적에 북한팀’ 관심… 솔직한 발언·인간미 ‘감동
ㆍ영어·포르투갈어 등 유창… ‘정의 눈물’ 인터넷 도배

북한 월드컵 대표팀에서 ‘인민 루니’로 불리는 정대세(26·가와사키 프론탈레)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인터넷 포털에서는 ‘정대세 눈물’이 인기 검색어 1위를 기록했고, 트위터에는 정대세에 대한 글이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다. 자유분방하고 솔직한 발언들과 인간적인 모습들이 만들어낸 ‘정대세 신드롬’인 셈이다.

북한 정대세가 16일 브라질전을 마친 뒤 브라질 축구스타 카카와 악수하고 있다. 요하네스버그 | 강윤중 기자 yaja@kyunghyang.com


16일 새벽 북한과 브라질의 경기 시작 전 정대세가 흐느끼는 모습이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북한 국가가 울려퍼지는 중에 눈물을 멈추지 못하는 정대세의 모습에 네티즌들은 ‘마음이 뭉클하다’ ‘왜 울까’라는 반응을 쏟아냈다. 정대세는 경기 후 이 눈물에 대해 “세계선수권대회(월드컵)에 드디어 나오게 됐고, 세계 최강팀과 맞붙게 됐기 때문에 좋아서 그랬다”고 답했다. ‘불꽃남자 정대세’ ‘뜨거운 가슴을 가진 청년’이라는 네티즌들의 댓글이 이어졌다.

월드컵 개막 전 각종 인터뷰에서의 거침없는 발언들도 주목받고 있다. 정대세는 지난 9일 북한 대표팀의 공개훈련 후 공식인터뷰에서 “(브라질전에서) 용감한 마음을 가지면 기적을 만들 수 있다”며 “스포츠와 정치는 별개다. 개인적으로 정치적인 것은 잘 모른다. 그렇지만 이번 월드컵을 통해 북한의 이미지를 바꾸고 싶다”고 말했다. 자유분방하고 도전 정신이 가득한 이 말들은 트위터에서 빠르게 옮겨지고 있다.

정대세가 기자회견에서 “세계적인 스타들과 경기장에서 대화하기 위해 포르투갈어를 열심히 연습했다” “아직 나는 박지성과 비교대상이 아니다. 박지성과 유니폼을 바꾸고 싶었지만 북한 대표팀은 유니폼 한 벌을 몇 경기 동안 입는다. 나중에 유니폼이 모자랄까봐 바꾸지 못했다”고 한 발언들도 네티즌들 사이에 화제다.

정대세의 영어와 포르투갈어 실력은 외국 기자와 통역없이 대화할 수 있는 수준이다. 요하네스버그 | 강윤중 기자 yaja@kyunghyang.com


한국 국적인 그가 북한 대표팀으로 출전하게 된 사연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양친이 한국 국적을 갖고 있지만, 재일교포로서 조총련계 조선학교를 다닌 그는 자연스럽게 북한 쪽의 정체성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는 2007년 북한 정부가 여권을 발행해주기 전까지 한국 국적으로 인해 북한 대표팀에 선발되지 못하는 불운을 겪기도 했다.

높아진 관심을 반영하듯 정대세의 트위터 계정(@taese9)이 알려지자 이날 아침 2000명선이던 그의 팔로어(구독자)는 오후 4시30분 현재 3000여명으로 늘어났다. 

트위터에 올라오는 글 중에 ‘정대세’라는 단어가 포함된 글도 브라질전 전날인 15일 400건에서 이날 오후 4시30분 현재 6000여건으로 급증했다.

트위터 사용자 @yes1107은 “정대세 선수와 북한팀 오늘 경기 정말 멋지게 잘하더군요. 계속 선전해주시길!”이라는 글을 정대세의 계정에 보냈다. @ronge86은 “남북이 지금처럼 분단 상황이 아니라면 같은 팀에서 더 좋은 플레이를 볼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과 함께 좀 슬픈 맘이 들더군요”라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