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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부 기사 2010.5.~

‘같은 공간 다른 작업’ 공동 사무실이 뜬다 2010.6.22.

ㆍ‘코워킹 스페이스’ 인기… ‘지식나눔’ 시너지 효과

서울 강남구 학동역 인근의 한 사무실. 칸막이가 없는 것을 빼면 일반 사무실과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이 공간 안에 있는 이들이 하는 일은 모두 제각각이다. 

사무실 가운데에 자리를 잡은 전명산씨는 맛집에 관한 사이트를 열기 위한 준비작업에 한창이다. 구석 자리의 계주성씨는 모바일 교육과 관련된 창업 아이템을 짜느라 여념이 없다. 다른 한쪽에서는 사무실 운영자인 양석원씨가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강연을 준비하고 있다.

서울 강남구 학동역 근처에 있는 코워킹 스페이스 ‘코업(co-up); 여럿이 함께’에서 사람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 정지윤 기자 color@kyunghyang.com


이 공간의 이름은 ‘코업:여럿이 함께(이하 코업)’다. 누구나 자유롭게 와서 일하고, 누구와도 자연스럽게 대화하며 아이디어를 나눌 수 있는 ‘코워킹 스페이스(co-working space)’를 표방한다. 

최근 코워킹 스페이스가 새로운 사무·작업 공간으로 떠오르고 있다. 코워킹 스페이스는미국, 유럽, 일본, 홍콩 등에서는 이미 일반화된 새로운 개념의 사무공간으로 일정한 이용료를 내면 인터넷, 팩스, 스캐너 등을 자유롭게 이용하며 자기 작업을 할 수 있다. 언제라도 들어와 사무실을 이용할 수 있고, 언제든 나갈 수 있다.

코업 운영자인 양석원씨는 “미국에서 직장생활을 하며 코워킹 스페이스에 대해 알게 됐고, 국내의 지식노동자들에게도 꼭 필요한 공간이라고 생각해 지난 3월에 ‘코업’을 열었다”고 설명했다. 

코워킹 스페이스의 장점은 이용료가 싸다는 것이다. 코업의 경우 하루 1만원, 월 24만원을 내면 모든 시설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개인 창업자나 프리랜서로 일하는 이들에게 가장 큰 부담이 되는 사무실 비용이 크게 줄어드는 셈이다. 

그러나 이 같은 공간의 가장 큰 가능성은 저렴한 이용료가 아니라 ‘지식 나눔’이다. 서로 다른 일을 하며 전문지식을 가진 이들이 지식 나눔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이 사용자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하는 특장이다. 

서울 성북동에 위치한 코워킹 스페이스 ‘이스트포(EAST4)’에서는 건축가, 가구 디자이너, 사진가 등 서로 다른 직종의 예술가들 사이에 작업에 관한 토론이 상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최근 이스트포 대표 이승연씨와 인쇄업체 관계자, 사진가 등이 각자 작업을 하던 중 한강에 대한 대화를 나눈 끝에 새로운 작업 아이템을 만들어내 공동으로 추진하게 됐다. 길이로만 인식되던 한강 다리를 세로로 세워 놓으면 남산이나 63빌딩보다 높다는 사진가의 말에 이승연씨가 디자인으로 만들어 보자는 아이디어를 냈고, 인쇄업체 관계자가 이 디자인이 들어간 티셔츠를 만드는 등 다양한 결과물을 만들고 있다. 

스튜디오 한쪽에서는 영상편집자가, 다른 쪽에서는 건축가 등 다른 직종에 종사하는 이들이 자기 작업을 하다가 자신의 작업, 다른 사람의 작업에 대해 자유롭게 대화하며 아이디어를 나누면서 새로운 작업 아이템을 찾아내는 셈이다. 

공간 운영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한다. 이스트포는 지난 3월 원서동에서 지금의 사무실로 이사온 후 150여명의 예술가들이 모여 이스트포의 미래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양석원씨는 “코워킹 스페이스가 활성화되면 공간 부족 문제를 해결해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것은 물론 이 공간에서 은퇴한 전문가들과 경험이 부족한 젊은이들을 연결해 우리 사회의 지적잠재력을 최대한 끌어내는 것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트포 대표인 건국대 건축대학원 박준호 겸임교수는 “예술가들에게는 자기 작업에 대해 다른 예술가들과 대화하면서 소통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스트포는 그 공간을 마련해주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