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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부 기사 2010.8.~

터키 개헌 국민투표 가결

터키 국민들은 과거사 청산과 민주화를 선택했다. 12일 실시된 터키 국민투표의 개표 잠정집계 결과 헌법개정안이 가결된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AFP통신 등에 따르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총리는 “잠정 결과에 따르면 58%가 변화에 찬성했다. 투표율은 77~78% 사이이다”라고 말했다. 에르도안 총리는 지지자들의 박수를 받으며 “우리는 민주주의의 진전과 법치주의로 가는 길로의 역사적인 문턱을 넘어섰다”며 “오늘 민주주의의 힘과 시민들의 힘은 확고해졌다. 민주주의는 모두를 위한 것이기 때문에 찬성이라고 투표한 이들과 반대라고 투표한 이들 모두가 승자이다. 패자는 쿠데타를 지원하고 변화에 저항하는 자들이다”라고 말했다.

CNN 터키 방송은 최종 투표결과가 찬성 57.6%라고 보도했다.

에르도안 총리가 이끄는 집권 정의개발당(AKP)이 주도한 이번 헌법개정안은 과거사를 청산하고, 인권과 민주주의를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개헌안이 통과됨에 따라 AKP는 권력 기반 강화로 내년 총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될 전망이다.

26개 항목을 개정한 새 헌법에는 과거사 청산을 위한 내용과 함께 군부와 사법부에 과도하게 집중된 권력을 대통령과 의회로 이양하는 내용 등이 담겨 있다. 개정안은 1980년 쿠데타에 대한 재판을 금지한 헌법조항을 삭제하고, 군인들의 내란에 대한 재판관할권을 민간법원에 부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전시를 제외하고는 민간인에 대한 군사법원의 재판관할권을 폐지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아울러 개정안은 공무원에게 단체교섭권을 부여하고, 여성·아동·노인·장애인의 인권 보호 강화했다. 정당해산 요건을 강화해 헌법재판소가 정당해산 판결을 내려도 의회 내 검증위원회 3분의 2가 찬성해야만 하도록 했다. 또 헌법재판소, 최고법원, 판검사최고위원회(HSYK) 등 사법부 최상위 기구의 재판관 선출 또는 임명 방식을 바꿔 대통령과 국회가 임명 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2002년 총선 승리 후 집권해온 AKP는 이슬람 전통을 강조하면서 동시에 서구화를 추진해 왔으나 1980년 쿠데타 이후 군부와 사법부를 통해 권력을 유지해온 세속주의 세력에 발목이 잡혀왔다. 유럽연합(EU) 가입을 추진해온 에르도안 총리는 “터키 민주화의 중요한 전환점이다. 우리는 매루 중요한 시험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야당의 반대가 거세 이번 헌법 개정안은 투표 결과를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여론조사 결과 찬반 양론이 팽팽했다. 야당을 비롯한 세속주의 세력들은 개정안에 대해 집권여당의 이슬람 독재를 위한 음모라며 비난해왔다. 터키 인구의 약 20%를 차지하는 쿠르드 정당들은 개헌안이 소수민족의 권리에 대해서는 헌법 개정안이 통과돼도 달라지는 것이 없다며 투표 거부를 촉구해왔다.

군부 쿠데타 발생 30주년이기도 한 12일 야당과 쿠르드인들의 반발로 터키 곳곳에서는 격렬한 시위가 벌어졌다. 터키 남부 메르신을 비롯한 7개 도시에서는 경찰이 시위대를 향해 최루가스를 발사하는 등 충돌이 벌어졌고, 시위대 90여명이 체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