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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부 기사 2010.8.~

인도, 독립후 첫 카스트별 인구조사

ㆍ정부 “효율적인 복지정책 위해 필요”
ㆍ“계급문제 부각 갈등만 키워” 반론도

인도가 영국의 식민지에서 독립한 이후 처음으로 카스트 별 인구 조사를 실시한다. 인도 정부는 효율적인 복지정책을 만들기 위해 카스트별 인구조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지만 잠복됐던 계급문제를 새삼 부각시킴으로써 계급 갈등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행정상 필요로 착수하지만 인도사회의 ‘뜨거운 감자’를 건드리는 격이기 때문이다. 

10일 월스트리트저널과 AFP통신 등에 따르면 인도 정부는 9일 각료회의를 열어 지난 5월 정부가 실시 방침을 밝힌 후 논란이 돼왔던 카스트 별 인구 조사를 실시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팔라니아판 치담바람 내무장관은 “내년 6월부터 9월까지 가구별 카스트 수를 조사키로 했다”고 말했다. 인도에서 카스트 별 인구 조사가 실시되는 것은 영국의 식민지배시기였던 1931년 이후 처음이다.

이번 결정에 대해 인도 정부는 하층계급을 위한 효율적인 복지정책을 마련하기 위한 통계자료 확보를 이유로 설명하고 있다. 카스트별 인구 통계를 확보해 공무원이나 대학 할당제 등 낮은 카스트에 주어지는 복지혜택을 공정하게 적용하려는 것도 조사 목적 중 하나다. 카스트제도에 기반을 두고 있는 인도의 정당들은 이번 조사에 적극적으로 찬성하고 있다.

그러나 반대론자들은 카스트별 인구를 드러내는 것이 각기 다른 카스트들 사이의 갈등과 차별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인도 여당인 국민회의당 소속 하원의원이지만 ‘달리트(불가촉천민)’ 출신인 바크타 카란 다스는 “법적으로 카스트 시스템을 폐지해야 할 시기에 정부는 카스트별 인구조사를 실시하기로 결정했다”며 “이번 조사는 인도의 평화와 진보를 방해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델리대학 인류학과 수린더 나스 교수는 “국정관리체계를 향상시킬 것으로 보이지도 않으며 사회적 갈등만 증폭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약 3000년 전부터 시작된 인도의 계급제도인 카스트는 9억6000만명에 달하는 인도의 힌두교도를 브라만(성직자)·크샤트리아(무사)·바이샤(농민·상인)·수드라(노동자) 등 4개 계급으로 나누고 있다. 

인도는 1947년 영국의 식민 지배에서 벗어난 후 50년 헌법을 제정하면서 카스트에 따른 차별을 금지했지만, 여전히 인도 사회에는 카스트를 기반으로 한 직업, 결혼 등에서 차별이 존재한다. 특히 4개 계급에 속하지 못하는 불가촉천민들은 여전히 격리돼 생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