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0-09-10 22:12:55ㅣ수정 : 2010-09-10 22:12:55
이라크의 유명 코미디언인 자심 샤라프는 바그다드의 한 검문소 앞에 차를 세웠다가 깜짝 놀랐다. 검문소의 이라크군 병사가 “폭탄이다! 차에서 떨어져!”라고 외치는 것을 듣고 황급히 차에서 뛰어내렸다. 그는 차에서 멀리 떨어지기 위해 뛰어가다 이라크 병사에게 체포당했다. 샤라프는 자신은 테러범이 아니라며 울부짖었지만, 병사는 그를 다시 차에 태우며 “차에서 혼자 죽으라”고 윽박질렀다.
그러나 긴박하게 진행됐던 이 일은 실제상황이 아니었다. 한 이라크 방송이 꾸민 몰래카메라 프로그램에서 연출한 것이었다. 9일 CNN방송에 따르면 이 몰래카메라는 이라크 방송국 알 바그다디아 네트워크가 방영 중인 ‘그를 부카에 잡아넣자(Put him in Bucca)’라는 방송 프로그램이다. 부카는 2009년 문을 닫기 전까지 수천명의 이라크인들을 가두고 있던 미군의 캠프 부카에서 따온 이름이다.
이 프로그램은 유명 가수나 코미디언, 예술가 등을 방송국에 초청한 뒤 그들이 오는 도중 검문소에 도착하면 이라크군으로 변장한 배우들이 차에 가짜 사제폭탄을 몰래 놔두는 방식으로 ‘쇼’를 연출했다. 병사로 변장한 배우들이 자살폭탄테러 용의자로 체포하겠다고 위협할 때 초대손님과 일행들이 당황해 하고, 진짜 폭탄인 줄 알고 도망치려 하는 모습들을 촬영해 방송하는 방식이다.
방송을 본 이라크인들 가운데는 ‘좋은 프로그램’이라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이들도 있지만 자살폭탄테러가 끊이지 않는 이라크 현실을 생각할 때 너무 지나치다는 의견이 많다. 웃음의 소재가 하필 이라크 사람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테러가 됐느냐는 지적들이다. 주민 아메드 압둘 사히드는 CNN 인터뷰에서 “이라크인들은 방송에서 테러나 무기가 아닌 평화롭고 웃을 수 있는 즐거운 내용을 보고 싶어한다”면서 즉각 방영 중단을 촉구했다. 페이스북의 몰래카메라 반대 페이지에는 1600명 이상의 네티즌들이 “모욕적이다” “말도 안된다” 등의 반응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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