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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부 기사 2010.8.~

‘월경’ 이민자 위해 물병 놔둔 죄는?

ㆍ1심선 “쓰레기 투기 유죄”
ㆍ미 연방법원은 무죄 판결

미국의 인도주의적 비정부기구 ‘노모어데스(No More Death)’의 자원봉사자 대니얼 밀리스는 2008년 2월 미 애리조나주와 멕시코 국경 사이 사막지대에 물병을 두고 온 죄로 체포됐다. 

당시 밀리스는 이 지역의 국립야생동물보호구역에서 차에 플라스틱 물병들을 싣고 달리다 공무원들에게 적발됐다. 사막에 물병을 두고 오는 것도 제지당했다.

밀리스는 국립야생동물보호구역에 쓰레기를 불법 투기한 혐의로 기소됐고, 법원은 밀리스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미국 정부와 법원은 이들이 이민자들을 위해 두고온 물을 쓰레기라고 여긴 셈이다. 지난 8일 시사주간 타임지에 따르면 미국 내 ‘인도적 불법행위’에 대한 논란은 지난주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제9 연방항소법원이 무죄를 선고함으로써 일단락됐다.

노모어데스를 비롯한 비정부기구들이 국경 사막지대에 물병을 두고 오는 것은 사막을 넘어 미국으로 건너오다 갈증으로 사망하기 쉬운 불법 이민자들에게 제공하기 위해서다. ‘노모어데스’에 따르면 올해만 214명의 시체가 애리조나 남부 사막에서 발견됐다. 밀리스 일행은 “공무원들에게 제지당하기 이틀 전에도 엘살바도르에서 온 14세 소녀의 시체를 발견한 바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불법 이민자들에 대한 어떠한 인도적 배려도 못마땅해하는 미국 국경경비대가 NGO단체원들의 물병 건네기 활동을 막을 길은 여전히 열려 있다. 미 국내법에 따라 야생동물보호구역에 쓰레기를 버리거나, 소유물을 허가 없이 두고 가는 행위 역시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어서다. 인명구제를 위한 NGO들의 ‘인도적 불법행위’와 이를 단속하려는 관계당국의 줄다리기는 계속될 수밖에 없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