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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동물, 함께 사는 이야기

한강에서 민물가마우지가 많이 보이는 이유는


한강에서 산책을 하거나 자전거를 타다보면 강에서 열심히 자맥질을 하는 검은 새를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바로 가마우지의 한 종류인 민물가마우지인데요, '꽤 많구나' 하는 생각을 하신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저도 자전거를 타다가 이 새들을 사진에 담아둔 경험이 있습니다. 잠실대교를 지나다보니 적어도 300마리는 넘는 듯한 민물가마우지가 둥둥 떠다니기도 하고, 물고기를 잡으러 잠수를 하는 모습이 눈에 띄어서였지요. 거리가 너무 멀어서 제대로 된 사진을 찍지는 못했었지요. 그때 '민물가마우지가 원래 저렇게 많았나?' 하는 의문이 들었는데 오늘 환경부에서 그 의문을 상당 부분 해소해주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네요.


관련 기사는 아래 링크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16년 새 34배로… 민물가마우지 왜 늘었나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506252141185&code=610103


200자 원고지 3매짜리 짧은 기사다보니 민물가마우지 수 증가에 대한 설명이 충분히 들어가지는 못한 것 같아 블로그에라도 좀 더 상세한 내용을 올려봅니다.


조사를 수행한 국립생물자원관 김화영 연구사님에 따르면 민물가마우지는 겨울 외 계절에도 수백마리가 한강에 남아 텃새처럼 살아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아직 겨울 이외 계절의 개체 수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하네요. 번식지인 중국, 러시아와 한국보다 더 남쪽인 일본으로부터 이동해와서 머물다 가는 개체들이 많다보니 정확한 수를 세기도 쉬운 일은 아닐 것 같습니다.


생물자원관에서 민물가마우지 개체 수 증가의 큰 원인으로 추정하는 것은 원래 번식지인 중국과 러시아에서 개체 수가 늘어난 것입니다. 번식지의 수가 늘어나다보니까 이동하면서 한국을 거쳐가는 수도 늘어나는 것이지요. 실제 한국과 함께 민물가마우지의 월동지인 일본에서도 민물가마우지의 수가 늘어났다고 하네요.

개체 수 증가의 다른 이유는 민물가마우지가 한국의 하천과 연안을 번식지로 삼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태어나 여기서 자라고, 살아가는 새들이 늘어나는 것일지도 모르지요. 김화영 연구사님에 따르면 한국의 환경이 민물가마우지가 살기 좋게 변했다기보다는 원래 민물가마우지의 먹이가 되는 물고기가 풍부했는데 이 새들이 서식 범위를 넓히다보니 한국에서도 개체 수가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서식 범위를 점점 넓히는 것은 새들의 자연스러운 본성이라고 하네요. 원래 서식지인 중국과 러시아의 수가 과포화 상태가 되면서 한국 등 다른 지역으로 넘어오는 개체가 있는 것일 수도 있겠고요.


그런데 아시나요? 중국과 동남아에서는 민물가마우지의 목에 밧줄을 걸어서는 물고기를 잡는 데 이용했던 것을요. 잠수해서 물고기를 물고나오면 목에 걸어놓은 밧줄로 삼키지 못하게 하는 방식으로 민물가마우지로부터 물고기를 빼앗았던 것이지요. 한국에서는 민물가마우지의 수가 워낙 적었기 때문에 이런 방식의 어업을 하지는 못했다고 합니다. 참고로 먼바다의 섬에서 보이는 가마우지는 쇠가마우지와 가마우지로 민물가마우지와는 구분되는 종입니다. 제가 지난해 백령도에서 배로 섬을 한 바퀴 돌면서 봤던 가마우지들도 쇠가마우지와 가마우지들이었겠네요. 설명이 길었는데 아래부터는 가마우지 사진들을 보시지요. 모두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에서 제공해주신 사진들입니다.


낙동강 하구의 민물가마우지




강원 춘천시 신동면 의암리 의암호 번식지의 민물가마우지



의암호 번식지



팔당호 번식지의 민물가마우지



서호 번식지의 민물가마우지


그런데 이 녀석들이 늘어난 것이 한강 밤섬을 하얗게 만드는 결과를 낳기도 했습니다. 배설물이 버드나무를 뒤덮으면서 백화현상이 일어난 것이지요. 백화현상 때문에 버드나무가 잎을 틔우지 못할까봐 서울시 한강사업본부에서는 물을 뿌려 배설물을 씻어내는 작업을 수행하기도 했지요.


[경향포토]나무색이 원래 이 색이 아닙니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503251535481&code=940100



민물가마우지가 늘어난 중랑천에서는 터줏대감인 왜가리와 민물가마우지가 다투는 모습도 연출되곤 합니다. 부디 민물가마우지가 너무 많이 늘어나서 애물단지가 되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포토뉴스] 왜가리 내쫓는 민물가마우지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104111658481&code=950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