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이즈미를 출발해 한국을 거쳐 몽골, 시베리아로 가는 흑두루미들의 북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언론을 통해 순천만, 천수만 등에서 찍힌 두루미 모습들 많이 보셨을 겁니다. 그런데 이렇게 많은 흑두루미가 서해안에 모여든 것에는 사실 울화가 치미는 진실이 숨어있습니다. 일단 김신환 동물병원의 김신환 원장님께서 보내주신 흑두루미들 사진부터 보시지요.
저도 지난달 천수만에 가서 수천마리의 흑두루미가 바닷가로 모여드는 모습을 목격했습니다. 망원경으로 대략적인 개체 수를 헤아려 보니 3000마리가 넘는 것 같더군요. 계속해서 바닷가로 모여드는 중이었으니 더 많은 수가 같이 밤을 지냈을 것으로 보입니다. 김신환 원장님께서 헤아리신 것으로는 5000마리가 넘는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5000이라는 수는 한번에 관찰된 수이니까 실은 더 많은 수가 서해안을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제가 천수만에서 흑두루미들을 봤던 날도 새만금 부근에서 수백마리를 목격했던 것을 생각하면 큰 무리 외에 작은 무리들이 서해안 곳곳에 남아있었던 것이겠지요. 한국물새네트워크에서 만드신 아래 지도에는 일본에서 한국을 거쳐가는 흑두루미들의 경로와 목격된 장소들이 표시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많은 흑두루미들이 서해안에 몰려든 이유는 사실 4대강사업 때문입니다. 막무가내식의 수변공원 조성으로 습지가 줄어들고, 무분별한 준설로 모래톱이 사라지면서 낙동강이 더 이상 흑두루미들이 중간 기착지로 삼기에 적당하지 않은 곳으로 변해버린 것이지요. 지도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일본 이즈미에서 출발한 흑두루미들이 북상하려면 낙동강이 더 가까습니다. 그런데도 흑두루미들이 낙동강 주변을 이용하지 않고, 더 먼 서해안을 이용하는 것은 낙동강이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라는 방증이 되겠지요.
흑두루미들은 인간이 그들을 관찰하기 전부터 긴 세월 동안 같은 이동경로로 이동해 왔을 것입니다. 그것이 인간의 개발 행위로 인해 이렇게 바뀌어도 되는 것일까요? 이러고도 인간들은 잘 먹고, 잘 살 수 있다고 안심해도 되는 걸까요? 아직도 4대강사업이 정신을 못 차리고 4대강사업이 성과가 있었다며 자신을 속이고, 세상을 속이는 이들을 대체 어찌해야 할까요.
게다가 지난 3일에는 그나마 새로운 이동경로를 찾아 열심히 북쪽으로 올라가던 흑두루미 3마리가 변을 당했다는 소식까지 날아들었습니다. 파주환경운동연합 임진강 및 DMZ습지시민생태조사단이 3일 오전 파주 공릉천 인근 농경지에서 흑두루미 모니터링을 하던 중 흑두루미 3개체가 날개를 펼치며 고개를 까닥거리는 이상행동을 보이더니 이내 쓰러져 버렸다고 합니다. 시민생태조사단이 파주시에 신고를 해서 파주시 환경정책과 직원이 현장에 나왔는데 흑두루미들이 이미 죽기라도 한 것처럼 포대에 아무렇게나 담아서 시청 인근 동물병원에 치료를 맡겼고요. 동물병원에서는 조류인플루엔자 검사를 했는데 이미 가망이 없다는 듯 별다른 치료도 없이 방치해 뒀고, 이날 오후 흑두루미들은 모두 숨이 끊어졌습니다.
동물병원에서 기록사진을 남기기 위해 흑두루미들을 살펴본 분에 따르면 흑두루미 눈에는 눈물이 가득 고여있었다고 하네요. 한국조류보호협회 파주지화가 사인 규명을 위해 국립수의과학검역원에 부검을 의뢰한 상태입니다. 사인이 뭔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4대강사업 때문에 북상경로가 바뀌고 힘들게 번식지로 돌아가는 흑두루미들이 사람들에게 해코지를 당한 것이 아닌지 걱정이네요. 아래 사진들은 파주환경운동연합에서 보내주신 사진들입니다. 이상행동을 보이는 모습과 쓰러진 모습, 파주시 공무원들이 포대에 담으려 하는 모습들이네요.
그리고 마음이 아픈 사진들입니다. 포대에 담긴 모습과 이미 죽은 다음의 모습이네요.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종으로 법적인 보호를 받는 동물조차 이렇게 막 다루는 것이 한국 사회의 현실인가 봅니다. 법적 보호종도 이렇게 대우받는데 다른 동물들은 오죽하겠습니까......
이 내용에 대한 기사는 아래 링크를 보시면 됩니다.
[단독]4대강사업 뒤 흑두루미 북상 경로 바뀌었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504020600005&code=610103
파주 온 ‘멸종위기 흑두루미’ 3마리 치료 중 숨져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504060600035&code=61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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