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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동물, 함께 사는 이야기

위기탈출 고라니, 로드킬 줄이는 간단한 방법은?


얼마 전 갈매기의 천국으로 유명한 경남 통영 홍도에 다녀왔습니다. 홍도는 통영에 속해있지만 거제 쪽에서 배를 타는 것이 더 가깝다고 해서 거제 쪽에서 국립공원관리공단 철새연구센터 연구자분들과 만났지요. 서울에서 기사를 마감하고 바로 거제까지 가기가 부담스러워서 세종시에 가 마감을 하고 거제로 향했는데 결국 도착한 시간은 11시가 다 되어서였습니다.


갈매기 관련 글은 다시 블로그에 올릴 예정이고요, 여기서 말씀드리려 하는 내용은 그날밤 거제에 가는 길에 만난 두 동물과 로드킬에 대해서입니다. 참고로 갈매기 관련 기사는 아래 링크를 보시면 됩니다.



첫 번째 만난 동물은 경남 거제 몽돌해수욕장으로 가는 길에 만난 고라니입니다. 이 친구는 도로에서 멍 때리는 중이었다는 표현이 딱 들어맞는 상태였지요. 영상 속에서는 약 20초쯤부터 고라니가 보이기 시작하실 거지만 실제로 제 눈에 고라니가 보인 것은 그보다 몇 초 전이었습니다. 생각보다 꼬불꼬불한 데다 주변이 워낙 어두워서 천천히 차를 몰고 있는데 이 고라니가 아무 생각없이 서서는 차 오는 방향이 아닌 다른 방향을 보며 멍을 때리고 있는 겁니다. 그야 고라니 입장에서는 어느쪽에서 차가 오는지 알 수 없으니까 어딜 보든 제 마음이겠지요. 아니, 애초에 찻길인지 뭔지조차 고라니한테는 알 수 없는 일이지요.

차가 다가가고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경음기를 살짝 울리자 고라니가 움찔하는 게 보이더군요. 사람들도 자동차가 빵 하는 소리를 들으면 놀라다보니 듣고 바로 피하기는 어렵듯 고라니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영상에서 보시듯 약간 간격을 두고는 겨우 반대쪽 숲으로 사라지더군요.



로드킬에 대한 기사도 여러번 쓰고, 여러 도로에서 로드킬 당한 동물들의 사체도 수없이 봤지만 제가 로드킬 사고를 일으킬 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사실 로드킬은 당하는 동물 입장에서는 일생을 마감하게 되는 큰 사고지만 운전자들 입장에서는 자기가 일으키지만 않으면 큰 관심을 두는 일은 아니지요. 길에서 우연히 사체를 보고 마음 아파할 경우는 많겠지만 저 역시 그때만 잠깐일뿐 금방 잊게 되더군요.


그렇지만 이번 로드킬 직전의 고라니를 만나고서는 꽤 길게 여운이 남았습니다. 그리고 로드킬을 줄이기 위해서는 도로공사나 지자체들의 노력뿐 아니라 운전자 개개인의 노력도 필요하구나 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근본적인 이유는 물론 동물들의 터전이었던 산과 들을 도로로 갈라놓고는 제대로 된 생태통로나 유도울타리조차 만들어놓지 않은 인간들탓입니다. 이건 변명의 여지가 없지요. 하지만 정부나 지자체가 로드킬을 막기 위한 대책을 제대로 시행하기 전까지 시민들도 쉽게 실천할 수 있는 작은 노력에는 동참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 실천이라는 게 별것이 아닌 것이 바로 로드킬 사고가 쉽게 일어나기 쉬운 장소와 시간에는 속력을 줄이고, 전방을 살피며 운전하는 것입니다. 도로 표지판뿐 아니라 요즘엔 내비게이션에서도 로드킬 다발 지역임을 알려줍니다. 실제 도로공사에 따르면 로드킬 다발 구간이라는 안내가 나가면서부터 해당 구간의 로드킬 발생 횟수가 줄어들었다고 하네요.


그리고 제가 고라니를 만난 2차선 도로처럼 바로 옆에 숲이 있는 곳을, 밤에 지날 때는 자신의 안전을 위해서도 속력을 줄이는 것이 좋습니다. 다른 차량뿐 아니라 로드킬 사고로, 또는 2차 사고로 목숨을 잃거나 다치는 경우가 종종 일어나곤 하니까요. 저의 경우도 천천히 조심조심 차를 몰지 않았다면 십중팔구는 고라니를 치고 말았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떤 결과가 일어났을지를 생각하니 저한테나 고라니한테나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아래 동영상은 고라니를 만난 지 얼마 안 돼 만난 고양이입니다. 도로로 뛰어들려고 발사 준비 중이네요. 33초쯤 오른쪽 아래 길 쪽에서 웅크리고 도로 쪽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 고양이인데요, 블랙박스 영상이다보니 알아보기가 조금 어렵긴 하네요. 이 녀석도 부디 무사히 도로를 지났기를 바랍니다.





아래는 제가 예전에 썼던 로드킬 관련 기사입니다. 참고로 보시면 좋을 것 같네요.


로드킬, 동물이 위험하면 인간도 위험하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409142134045&code=610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