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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동물, 함께 사는 이야기

내성천 먹황새와 흰목물떼새를 다시 볼 수 있을까



낙동강으로 흘러들어가는 내성천에서 먹이활동을 하고 있는 이 까만 새는 먹황새입니다. 황새보다는 조금 키가 작은 종인데 이미 국내에서는 멸종한 새이지요. 아래 사진들은 '내성천의친구들'이 보내주신 것입니다. 내성천은 한국수자원공사가 4대강 사업의 일환으로 영주댐을 건설하는 통에 본래 모습을 잃어가고 있는 하천입니다.





이 먹황새가 내성천 무섬마을 주민들의 마음을 돌려놓았다고 합니다. 무슨 사연인지는 아래 기사를 보시면 됩니다.


다리 절며 홀로 떠난 먹황새, 내성천에 돌아올까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503222127565&code=610103


이 기사를 쓰기 위해 취재를 하면서 국립생태원 김영준 동물병원팀장님께 들은 먹황새 구조 이야기는 인간과 동물의 관계 설정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는 이야기였습니다.

2012년 먹황새 유조, 즉 어린 개체가 가거도에서 발견되었고,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에서 치료했는데 다시 자연으로 돌려보내려고 하니까 사람에게 각인이 되어 나가려고 하지를 않았다고 합니다. 국립생물자원관과 함께 위성추적장치를 달고 내보내려고 했지만 3번 시도가 모두 실패로 돌아간 것이지요. 먹황새 성조 5마리가 있는 곳에서 방사했음에도 사람 곁을 떠나지 않은 이 황새는 현재 충남 서천의 국립생태원에서 보호 중입니다.

그런데 특이한 것이 구조, 치료하는 중에 사람에게 각인된 것이 아니라 이미 그 전에 각인된 상태였다는 것입니다. 구조될 당시 이 어린 먹황새는 기아 상태여서 이틀만 늦었어도 죽은 채 발견됐을 것이었는데 조금 회복된 후 먹이를 주러가면 먹이를 달라고 사람을 쫓아다녔다고 하네요. 어린 새들이 어미를 보면 먹이를 보채면서 소리를 내고, 날개를 흔드는 행동을 보이기도 했고요. 다른 조류학자들도 의아하게 생각했는데 아마도 중국이나 몽골에서 누군가 키우던 개체가 도망쳐 나와 한국까지 이동한 것이 아닐까 하고 추측하는 분들도 있었다네요.



기사에도 언급했지만 내성천은 다양한 동식물, 특히 멸종위기 동식물들의 삶의 터전입니다. 아래 사진의 앙증맞은 흰목물떼새 같은 경우는 이곳이 최대서식지이기도 하지요.


흰목물떼새 조사를 하셨던 철새 전문가 김인철 선생님에 따르면 이 새는 아직 얼마나 많은 개체가 한국에서 번식하고, 월동하는지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확인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다만 모래하천인 내성천이 이 새가 서식하기에 좋은 환경인 점은 분명하다고 하시네요. 한국에서 내성천 같은 하천은 점점 사라지는 추세인 탓인지 흰목물떼새는 매년 환경부가 실시하는 자연환경조사와 겨울철 동시 센서스에서도 백여 개체 이상이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월동시기에 많이 모여있기는 해도, 많이 모여야 십여마리에서 이십여마리이기 때문에 관찰하기도 쉽지 않고요.


김인철 선생님이 삼년 동안 조사를 하면서 강원도 동강에서부터 섬진강까지 자연형 하천들을 찾아다닌 때에도 한해 동안 90마리를 본 것이 최대라고 합니다. 물론 시간적, 물리적 한계가 있었고, 김 선생님이 보지 않은 다른 하천까지 하면 좀 더 늘어날 수는 있겠지만 크게 증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하시네요. 공식적으로 해외 학자들이 보는 흰목물떼새 현황에서 한국은 비어있는 공간이라는 씁쓸한 현실도 말씀해 주셨습니다.




영주댐이 건설된다면 흰목물떼새도 내성천에서 보기 힘든 새가 되어버리겠지요. 무엇을 위한 댐 건설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