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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짜 환경기자의 환경 이야기

천연기념물 1호 측백나무숲은 죽어가고 있다.

측백나무가 빽빽하게 살고 있었을 절벽에는 듬성듬성 비어있는 부분이 눈에 띄었습니다. 절벽 왼편 고속도로와 가까운 편에는 나무가 사라진 부분이 운동장만큼 크게 넓어져 있었습니다.


지난 4월 29일 오후에 다녀온 대구 도평동에 있는 천연기념물 1호 '도동 측백나무숲' 이야기입니다. 우선 아래 사진들을 보시지요.













지금 보시는 측백나무숲의 빈 공간이 불과 10년 전까지는 이런 모습이었습니다. 아래 사진은 인근 마을 주민께서 보내주신 것입니다. 빈 틈이라고는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나무가 절벽을 채우고 있습니다.


 

사실 조선 초기 문인인 서거정의 시가에 나오는 것 같은 모습이 불과 10년 전까지만 해도 그대로 유지되고 있었다는 것이지요. 서거정은 대구의 아름다운 경치에 대해 노래한 대구십영(大丘十詠), 요즘으로 치면 대구 10경의 6번째인 북벽향림(北壁香林)에서 도동 측백나무숲을 이렇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옛 벽에 푸른 측백나무 창 같이 늘어섰네(古壁蒼杉長)

사시로 바람 곁에 끊이지 않은 저 향기를(長風不斷四時香)

연달아 심고 가꾸어(慇懃更着栽培力)

온 고을에 풍기게 하네(留得淸芬共一鄕)


옛 사람들이 보기에도 가파른 절벽이라는 척박한 환경에서 꿎꿎이 자라나는 측백나무의 모습이 예사롭게 보이지 않았을 듯 합니다. 


그랬던 왜 측백나무숲에 이런 변화가 생겨난 것일까요? 주민들과 환경단체들은 10년 전 생긴 대구포항 간 고속도로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을 것이라 보고 있습니다. 고속도로로부터 측백나무숲으로 이동해오는 오염물질과 고속도로로 인한 진동, 소음이 나무에게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얘기지요. 특히 절벽이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자라나는 측백나무들에게 있어 고속도로들로 인해 변한 환경은 치명적인 영향을 미쳤을지도 모릅니다. 실제 현장에서 가서 측백나무숲을 바라보면 대구포항 간 고속도로가 숲으로부터 불과 500여미터 정도밖에 떨어져있지 않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새로 도로공사가 지으려는 고속도로는 숲으로부터 그 절반밖에 안 되는 280미터 정도밖에 안 된다는 것입니다. 주민들과 환경단체의 걱정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요. 10년 전 1200그루였던 나무가 그새 700그루로 줄어든 것을 보면 측백나무숲이 가까운 미래에 아예 사라질 수도 있다는 걱정을 하는 이들도 있고요. 


이런 상황인데도 주무부처인 문화재청은 아직 측백나무숲의 변화에 대한 조사는커녕 실태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주민들의 지적대로 고속도로로 인한 소음과 공해, 진동 때문에 나무들이 줄어든 것인지 지구온난화의 영향인지 조사해본 적도 없거니와 몇 그루가 서식하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것이지요. 천연기념물이 번호순으로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1호라는 상징적인 나무들을 이렇게 홀대해도 되는 것일까요.


관련 기사는 아래 링크를 보시면 됩니다.


“천연기념물 숲 죽이는 도로가 또 생긴대요”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405012155085&code=610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