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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짜 환경기자의 환경 이야기

가로림만의 현수막들이 모두 꿰매져 있는 이유는




지난 23일 충남 서산과 태안에 걸쳐져 있는 가로림만 주변을 서산태안환경운동연합 이평주 사무국장님과 함께 돌아봤습니다. 사진에 보이는 것처럼 가로림만 조력발전소 건설에 반대하는 내용의 현수막들을 누군가 찢어놓았는지 다시 꿰매어 걸어놓은 모습이 눈에 띄었습니다. 서산의 오지리 마을의 이장님을 만나 어떻게 된 일인지를 들을 수 있었는데요, 반대 현수막을 걸어놓고 다음날 가보면 어김없이 누군가가 현수막을 찢어놓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이장님은 현수막을 재활용하기 위해서, 그리고 가로림만 주변 마을들이 조력발전 추진으로 인해 얼마나 어떤 갈등을 겪고 있는지를 보여주기 위해 현수막을 꿰매 다시 걸어놓았다고 하시더군요. 이장님 말씀대로 가로림만 주변 마을 주민들은 반대 측과 찬성 측으로 나뉘어 원수처럼 지내고 있는 상태입니다. 아무래도 어업을 생계로 하시는 분들이 많다보니 찬성보다는 반대 주민이 훨씬 더 많긴 합니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든 찬성 측에 선 주민들도 여럿 계신 것은 사실이고, 마을 공동체는 극히 피폐해진 상태입니다. 


누군가 찢어놓은 채 방치돼 있던 현수막도 있었습니다.





아래 두 사진은 만약 가로림만 조력발전소가 건설될 경우 조력댐으로 가로막히게 될 오지리 지역의 모습인데요, 윗 사진에서 출발해 아래 사진까지 이어지는 것이 조력댐의 일부를 이루게 됩니다. 오지리의 경우 조력댐 관련시설 때문에 20가구 정도가 이주 대상으로 포함돼 있다고 하네요.






가로림만 조력발전소 건설이 큰 문제점을 안고 있다는 점은 맨 아래 링크를 올려놓은 기사들을 보시면 되겠는데요, 그중 하나가 가로림만이 멸종위기종인 잔점박이물범 3~9마리가 4월부터 10월까지 서식하는 지역이기 때문입니다. 주민들은 잔점박이물범들의 그물에 걸린 물고기의 내장을 파먹는 습성 덕분에 매년 물범들이 가로림만에 언제 왔는지를 누구보다 빨리 알 수 있다고 하네요. 오지리 이장님은 "지난주에 물범님이 오셨다"며 웃으시더군요. 이평주 사무국장님도 "농담으로 '물범님 알현하러 간다'고들 말하기도 한다"고 하시고요.

아래 사진의 섬은 오지리 앞바다의 옥도라는 작은 섬인데 잔점박이물범들이 때때로 목격되는 곳이라고 합니다. 환경부 특정 도서로 지정되어 있는 곳이지요. 조력발전소를 건설하려는 한국서부발전 측은 잔점박이물범이 가로림만에 나타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는데 주민들은 코웃음을 칠 수밖에 없으셨다네요. 어렸을 때부터 봐온 물범이 가로림만에 없다는 게 말이 되냐는 것입니다. 이평주 사무국장님은 표범장지뱀도 해안 모래에서 살고있는데 사업자 측은 이를 부정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아래 사진은 가로림만에 나타난 잔점박이물범의 모습은 아니고요, 한강유역환경청에서 보내주신 백령도의 물범들입니다. 참고로 보시도록 올려봅니다.



가로림만은 주민들에게 있어 그야말로 천혜의 바다라는 말이 어울리는 곳입니다. 저금통장이라고 부르는 분들도 많고요. 드넓은 갯벌에 널려있는 굴과 바지락은 주민들이 먹고 살 수 있도록 해주고, 아이들을 키워 학교에 보낼 수 있도록 해주는 주요 수입원이 됩니다. 육지의 논밭이 개개인의 소유인 것과는 달리 갯벌은 어촌계마다 공동으로 관리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태안군 태안읍 어은리와 도내리의 어도어촌계가 바지락, 굴, 가무락 등의 채취장소를 관리하는 것이지요. 어은리와 도내리에서 한 글자씩을 따온 어도어촌계가 관리하는 바지락 채취장소만 25.7헥타르에 달합니다. 참, 가무락은 백합과에 속하는 바다조개의 일종입니다.



아래 사진은 가로림만 내 작은 섬인 웅도 주민분들이 집안에 있는 작업장에서 굴을 까고 있는 모습입니다. 4월에 나오는 굴은 주로 어리굴젓용으로 쓰인다고 하네요. 주민들이 굴을 까는 속도는 생각 이상으로 빨랐는데요, 안 보고도 척척 굴을 까는 생활의 달인급 솜씨를 지니고 계신 할머님들도 많다고 합니다.








가로림만 르포, 그리고 가로림만 조력발전소 건설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자세한 내용은 아래 기사들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조력댐, 어획량 늘린다면서 보상은 왜 줘유”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404292143205&code=610103


국책기관들도 “가로림만 조력발전 재검토”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404152137555&code=610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