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설토 투기장이라는 말을 들어보셨는지요. 저도 이번에 처음 들어본 말인 준설토 투기장은 보통 강이나 바다에서 준설한 흙이나 모래를 버려두는 공간입니다. 바다의 갯벌을 매우는 경우는 자연스럽게 매립지와 비슷한 모습이 되지요.
이런 준설토 투기장을 조성하기 위한 방조제 공사가 벌어지고 있는 인천 영종도 현장에서 저는 두 번이나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습니다. 처음 놀란 것은 준설토 투기장의 공포스러운 모습 때문이었고, 두 번째는 생각한 것 이상으로 공사 현장과 저어새 번식지인 수하암의 거리가 가까운 점 때문이었습니다.
준설토 투기장이 어떤 모습이기에 그렇게 놀랐냐고요? 사진에는 그 상상 이상으로 광대한 규모의 투기장 모습을 보여드리기가 힘들겠지만 일단 올려봅니다.
투기장 앞에 섰을 때 드는 느낌은 여긴 정말 거대한 무덤이구나,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원래는 수없이 많은 생물들이 살아숨쉬고 있었을 갯벌을 해수의 유통을 막은 다음 모래와 흙을 퍼부은 만큼 원래 살던 생물들은 모두 떼죽음을 당했을 수밖에 없겠지요.
두 개의 사진만 봐서는 느낌이 안 오신다면 아래 사진들과 비교해 보십시오. 아직까지는 갯벌다운 모습이 남아있는 이 지역 갯벌의 모습입니다. 해수 유통이 막힌 상태이기는 하지만 아직 완전히 죽은 갯벌이 되지는 않았지요. 밑에서 두 번째 사진의 왜가리로 보이는 새처럼 조류들이 먹이를 찾아 움직이는 모습도 볼 수 있었습니다. 맨 밑에는 도요새로 보이는 작은 새의 모습도 담겨있습니다. 너무 작아서 알아보시기 힘드시겠지만요.
해양수산부는 현재 인천신항의 항로를 조성하기 위해 벌인 준설작업에서 나온 흙과 모래를 쌓아놓기 위해 투기장을 만들고 있는데요, 더 큰 문제는 해수부의 공사가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해수부는 이 투기장을 매립지처럼 사용해 이곳에 골프장, 복합쇼핑몰 등이 포함된 관광단지 '드림아일랜드'를 만들려 하고 있습니다. 환경단체들과 전문가들은 이 관광단지가 건설될 경우 인근 수하암에 사는 저어새들이 심각한 위기를 맞게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제가 두번째로 놀란 이유도 이 부분 때문인데요, 수하암은 공사 현장에서 너무 가까웠습니다. 우선 갯벌이 투기장으로 변할 경우 저어새들은 먹이활동을 할 터전을 잃게 됩니다. 여기에 관광단지가 들어설 경우 불빛과 소음 때문에 저어새들이 수하암을 번식지로 이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정이 이런 데도 해양수산부는 주민 반대까지 무릅쓰고 개발계획을 추진 중입니다. 이미 여러 개의 대규모 개발계획이 실패로 끝난 인천에서요. 과연 해수부의 개발 계획이 꼭 필요한 사업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해양수산부의 막개발 계획에 위기에 처한 영종도 수하암 저어새들에 대한 기사는 아래 링크를 클릭하시면 보실 수 있습니다.
갯벌 매립공사에 ‘저어새 보금자리’ 사라진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404100600035&code=610103
기사에 나온 저어새 사진을 크게 보실 수 있도록 올립니다.
저어새는 부리가 긴 구둣주걱 모양인 철새입니다. 한국을 비롯한 동북아시아 지역에서 번식하고, 일본, 중국 남부, 대만 등지에서 겨울을 보냅니다. 세계적으로도 3000마리 정도만 확인된 멸종위기종 조류이고요, 천연기념물로도 지정되어 있습니다.
아래는 아이폰 파노라마 기능으로 찍어본 현장의 모습입니다. 왼쪽이 원형을 간직한 갯벌, 오른쪽이 새로 쌓은 방조제와 해수 유통이 막힌 갯벌입니다. 중장비와 덤프트럭들이 오가는 방조제 바로 옆 갯벌로부터 수하암까지의 거리는 150미터 정도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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