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SH공사 빚으로 세운 ‘가든파이브’ 르포
ㆍ청계천 상인 이주할 곳 분양가 폭등 입점 못해
ㆍ서울시 대기업에 내줘… 각종 소송 등 갈등 산적
4일 오후 서울 송파구 문정동의 종합유통단지 가든파이브 상가.
구두·운동화 전문 매장 30여곳이 들어선 리빙관 3개층은 밝은 조명을 켜놓고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이곳을 찾는 발걸음은 드문드문했다. 2층 초입의 상점에는 손님들이 더러 보이기는 했지만 구두를 만져보거나 가격만 물어본 뒤 이내 발걸음을 돌렸다. 신발가게 주인 이모씨는 “하루종일 한 켤레도 못 파는 날이 있을 정도”라며 “청계천에서 이곳으로 가게를 옮겨도 장사가 잘될 것이라는 서울시 주장은 거짓말”이라고 말했다.
리빙관 건너편, 공구 전문상가인 툴(Tool)동의 상황은 더 나빴다. 하얀 유리 창문 안으로 텅 비어 있는 상점이 즐비했다. 사무실로 쓰이는 몇개의 점포를 제외하면 지나다니는 사람도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박모씨는 맥빠진 표정으로 “누가 서울 한 구석으로 공구를 사러 오겠느냐. 그래서 공구 상인들 대부분이 입점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동양 최대 규모를 자랑하며 지난 6월 개장한 가든파이브는 종합유통단지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한산했다. 서울시는 청계천을 개발하면서 인근 상인들을 이주시켜 영업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가든파이브를 개발했다. 그러나 개발은 당초 계획과 정반대로 흘러갔다.
2003년 당시 예상했던 건설비는 4021억원 규모였다. 그러나 실제 공사비는 1조1438억원으로 증가했다. 이 때문에 공사를 주관한 서울시 산하 SH공사가 은행 대출로 사업비를 마련하면서 매달 15억원가량의 이자 비용이 발생하고 있다. 추가 비용은 입주 상인에게 고스란히 얹어지고 있다. SH공사가 청계천 상인들에게 제시한 분양가는 23㎡에 1억7000만원(2009년)으로 당초 분양 예상가인 7000만원에 비해 2배 이상 높아졌다. 건설 공기가 늘어나면서 증가된 비용이 상인들에게 전가된 것이다.
청계천에서 공구상을 운영했던 김모씨는 “분양가가 너무 비싸 이곳에 입점하고 싶은데도 들어오지 못하고 있다”면서 “이주를 약속해 놓고 분양가 때문에 못 들어오는 상인들을 모른척하는 서울시의 태도에 분통이 터진다”고 말했다. 의류를 판매하는 이모씨는 “지난해에 상가분양을 받은 뒤 은행 이자 부담이 너무 커서 임대로 전환하려고 SH공사에 갔지만 문전박대만 당했다”며 답답해했다.
상인들의 불만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썰렁해진 유통단지를 살리기 위해 SH공사가 유치한 백화점과 할인마트가 오히려 기존 상인들의 영업을 방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백화점과 할인마트, 식당가 등 신규 매장이 판매하는 품목 중에는 기존 상인들의 품목과 중복되는 것이 많다. 자연히 손님들은 대형마트 등으로 몰리고 있다. 특히 신규 매장이 자본과 서비스를 내세워 고객들을 유치하고 있어 기존 상인들은 갈수록 설 땅이 좁아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을 반영하듯 이날 오후 열린 ‘가든파이브 활성화 공청회’에서는 기존 상인들의 불만이 분출했다. 서울시의 무능력한 행정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입주자협의회 김윤영 회장은 “SH공사가 입주자들을 너무 만만하게 보고, 입주자들 손해에 대해서는 아무런 고려도 하지 않고 있다”고 목청을 높였다. “백화점, 마트를 찾는 손님들이 이동하기 편하도록 통로를 만들어주면서도 기존 상인들을 위해서는 아무런 배려도 하지 않고 있다”는 등의 불만이 터져나왔다.
갈등이 해결될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백화점과 할인마트 중심의 유통단지가 조성되자 이에 분노한 상인들은 지난달 나흘 동안 SH공사 가든파이브사업단 사무실을 점거하고 SH공사에 상가 활성화와 백화점 측의 횡포를 중지시킬 것 등을 요구했다. 또 입주자협의회는 SH공사를 상대로 청계천 상인 선입주자 손해배상 소송, 개장 지연에 따른 손해배상 소송 등을 제기했다.
가든파이브 비상대책위원회 안규호 회장은 “SH공사가 토지이용계획을 바꿔 원주민들로부터 싸게 매입한 땅을 일반에 분양하면서 수천억원대의 이익을 남기게 됐다”며 “분양 차익을 상가 활성화를 위해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ㆍ청계천 상인 이주할 곳 분양가 폭등 입점 못해
ㆍ서울시 대기업에 내줘… 각종 소송 등 갈등 산적
4일 오후 서울 송파구 문정동의 종합유통단지 가든파이브 상가.
구두·운동화 전문 매장 30여곳이 들어선 리빙관 3개층은 밝은 조명을 켜놓고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이곳을 찾는 발걸음은 드문드문했다. 2층 초입의 상점에는 손님들이 더러 보이기는 했지만 구두를 만져보거나 가격만 물어본 뒤 이내 발걸음을 돌렸다. 신발가게 주인 이모씨는 “하루종일 한 켤레도 못 파는 날이 있을 정도”라며 “청계천에서 이곳으로 가게를 옮겨도 장사가 잘될 것이라는 서울시 주장은 거짓말”이라고 말했다.
텅 빈 가전매장 서울 송파구 문정동 가든파이브 테크노관 가전매장이 개장 후 두달 가까이 된 4일까지도 입점이 이뤄지지 않아 썰렁한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 서성일 기자 centing@kyunghyang.com
리빙관 건너편, 공구 전문상가인 툴(Tool)동의 상황은 더 나빴다. 하얀 유리 창문 안으로 텅 비어 있는 상점이 즐비했다. 사무실로 쓰이는 몇개의 점포를 제외하면 지나다니는 사람도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박모씨는 맥빠진 표정으로 “누가 서울 한 구석으로 공구를 사러 오겠느냐. 그래서 공구 상인들 대부분이 입점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동양 최대 규모를 자랑하며 지난 6월 개장한 가든파이브는 종합유통단지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한산했다. 서울시는 청계천을 개발하면서 인근 상인들을 이주시켜 영업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가든파이브를 개발했다. 그러나 개발은 당초 계획과 정반대로 흘러갔다.
2003년 당시 예상했던 건설비는 4021억원 규모였다. 그러나 실제 공사비는 1조1438억원으로 증가했다. 이 때문에 공사를 주관한 서울시 산하 SH공사가 은행 대출로 사업비를 마련하면서 매달 15억원가량의 이자 비용이 발생하고 있다. 추가 비용은 입주 상인에게 고스란히 얹어지고 있다. SH공사가 청계천 상인들에게 제시한 분양가는 23㎡에 1억7000만원(2009년)으로 당초 분양 예상가인 7000만원에 비해 2배 이상 높아졌다. 건설 공기가 늘어나면서 증가된 비용이 상인들에게 전가된 것이다.
청계천에서 공구상을 운영했던 김모씨는 “분양가가 너무 비싸 이곳에 입점하고 싶은데도 들어오지 못하고 있다”면서 “이주를 약속해 놓고 분양가 때문에 못 들어오는 상인들을 모른척하는 서울시의 태도에 분통이 터진다”고 말했다. 의류를 판매하는 이모씨는 “지난해에 상가분양을 받은 뒤 은행 이자 부담이 너무 커서 임대로 전환하려고 SH공사에 갔지만 문전박대만 당했다”며 답답해했다.
상인들의 불만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썰렁해진 유통단지를 살리기 위해 SH공사가 유치한 백화점과 할인마트가 오히려 기존 상인들의 영업을 방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백화점과 할인마트, 식당가 등 신규 매장이 판매하는 품목 중에는 기존 상인들의 품목과 중복되는 것이 많다. 자연히 손님들은 대형마트 등으로 몰리고 있다. 특히 신규 매장이 자본과 서비스를 내세워 고객들을 유치하고 있어 기존 상인들은 갈수록 설 땅이 좁아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을 반영하듯 이날 오후 열린 ‘가든파이브 활성화 공청회’에서는 기존 상인들의 불만이 분출했다. 서울시의 무능력한 행정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입주자협의회 김윤영 회장은 “SH공사가 입주자들을 너무 만만하게 보고, 입주자들 손해에 대해서는 아무런 고려도 하지 않고 있다”고 목청을 높였다. “백화점, 마트를 찾는 손님들이 이동하기 편하도록 통로를 만들어주면서도 기존 상인들을 위해서는 아무런 배려도 하지 않고 있다”는 등의 불만이 터져나왔다.
갈등이 해결될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백화점과 할인마트 중심의 유통단지가 조성되자 이에 분노한 상인들은 지난달 나흘 동안 SH공사 가든파이브사업단 사무실을 점거하고 SH공사에 상가 활성화와 백화점 측의 횡포를 중지시킬 것 등을 요구했다. 또 입주자협의회는 SH공사를 상대로 청계천 상인 선입주자 손해배상 소송, 개장 지연에 따른 손해배상 소송 등을 제기했다.
가든파이브 비상대책위원회 안규호 회장은 “SH공사가 토지이용계획을 바꿔 원주민들로부터 싸게 매입한 땅을 일반에 분양하면서 수천억원대의 이익을 남기게 됐다”며 “분양 차익을 상가 활성화를 위해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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