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도시’ 후쿠시마엔 방사능만큼 무서운 ‘적막’
ㆍ탈출 이어지는 ‘핵공포 진원지’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로 핵공포의 ‘진원지’가 돼버린 일본 후쿠시마현의 주요 도시들이 ‘유령 지역’으로 바뀌고 있다. 후쿠시마현 일대 주민들의 일상생활과 경제활동은 완전히 정지된 상황이다. 여기에 원전으로부터 조금이라도 더 멀리 떠나기 위한 탈출행렬이 며칠째 줄을 잇고 있다.
원전으로부터 반경 20㎞ 이내로 대피령을 받은 지역은 이미 도시 전체가 텅 비었다. 원전으로부터 반경 20~30㎞에 위치해 집 안에 머물 것을 권고받은 지역도 핵공포가 짓누르면서 인적을 찾아보기 힘든 실정이다.
사토 유헤이 후쿠시마현 지사는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지역 주민들이 느끼는 불안과 공포가 극에 이르고 있다”고 강조했다.
17일 아사히신문 등은 후쿠시마현 일대의 상점가, 관광지에 인적이 사라졌다고 보도했다. 원전 반경 30㎞선이 남북으로 시내를 가르는 미나미소마시는 대부분의 가게가 문을 닫았다. 시계점 주인인 사가라 다카시(69)는 “길을 지나다니는 사람이 아예 없다”며 “가끔 소방차가 지나는 소리가 들릴 뿐”이라고 말했다.
원전에서 30㎞쯤 떨어진 다무라시에서는 큰 거리에 나가도 사람을 만나기 힘든 실정이다. 약 50㎞ 거리에 있는 후쿠시마현의 경제중심지인 고리야마도 썰렁하기는 마찬가지다. 고리야마시의 번화가인 고리야마역 주변도 인적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블룸버그통신은 후쿠시마시의 모든 식당과 슈퍼마켓도 단수 등에 따라 문을 닫았다고 전했다.
정부가 정한 위험지역에서 탈출한 주민들도 좀 더 멀리 떠나기 위해 길을 나서고 있다. 원전에서의 거리에 상관없이 피폭에 대한 불안감이 크게 높아지면서다. 후쿠시마현 외곽으로 나가는 도로는 차들이 줄을 잇고 있는 실정이다.
이미 일본 정부의 조치에 따라 원전 반경 20㎞ 이내 지역 주민 20여만명이 다른 지역으로 피난했다. 여기에 최근 후쿠시마현 거주 주민 6000여명이 야마가타현이나 니가타현 등 인근 지역으로 탈출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공식 위험지역’을 벗어났다 해도 불안이 가시는 것은 아니다. 주민들은 기껏해야 수십㎞ 떨어진 임시 대피소 등으로 피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리야마에 거주하며 후쿠시마 제2원전에서 일하다가 사이타마로 온 한 남성은 “일이 벌어진 다음에는 이미 늦은 것”이라며 “아내와 아이들이 조금이라도 더 안전한 곳에 있게 하기 위해 피난하겠다”고 말했다. 원전으로부터 약 50㎞ 떨어져 있는 미하루 지역 대피소에 있는 한 주민도 니혼TV와의 인터뷰에서 “여전히 불안한 것은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일본 당국은 옥내 대피 지역에 속한 주민 14만여명이 일상생활 필수품 부족 등은 물론 핵 공포감에 따라 불편이 가중되자 희망자에 한해서 다른 지역으로 이동시킬 계획이라고 전했다.
후쿠시마현 소우마시에서 여관을 운영하다 야마가타시로 피난온 칸노 쇼조는 “돌아갈 집도 없고, 도대체 앞으로는 어디에 가면 좋겠느냐”고 한탄했다.
후쿠시마 지역 주민들의 불만이 높아지면서 정부의 미흡한 대응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사토 지사는 “우리는 지금 모든 것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강조했다. 원전 인근 지역 주민들이 대거 대피소로 몰려들고 있지만 당장 먹을 음식은 물론 연료나 의약품 등 생필품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주민들은 특히 미국이 원전으로부터 반경 80㎞ 이내에 있는 자국민들에게 해당 지역을 탈출해 안전한 곳을 찾을 것을 권고하고 나서자 정부의 대피령 기준에 대한 불신감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미나미소마(후쿠시마) | 김기범 기자 holjjak@yunghyang.com>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로 핵공포의 ‘진원지’가 돼버린 일본 후쿠시마현의 주요 도시들이 ‘유령 지역’으로 바뀌고 있다. 후쿠시마현 일대 주민들의 일상생활과 경제활동은 완전히 정지된 상황이다. 여기에 원전으로부터 조금이라도 더 멀리 떠나기 위한 탈출행렬이 며칠째 줄을 잇고 있다.
원전으로부터 반경 20㎞ 이내로 대피령을 받은 지역은 이미 도시 전체가 텅 비었다. 원전으로부터 반경 20~30㎞에 위치해 집 안에 머물 것을 권고받은 지역도 핵공포가 짓누르면서 인적을 찾아보기 힘든 실정이다.
사토 유헤이 후쿠시마현 지사는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지역 주민들이 느끼는 불안과 공포가 극에 이르고 있다”고 강조했다.
남은 사람의 일상 도쿄의 초등학생들이 17일 보호 모자를 쓰고 등교하고 있다. 도쿄 | AP산케이연합뉴스 |
원전에서 30㎞쯤 떨어진 다무라시에서는 큰 거리에 나가도 사람을 만나기 힘든 실정이다. 약 50㎞ 거리에 있는 후쿠시마현의 경제중심지인 고리야마도 썰렁하기는 마찬가지다. 고리야마시의 번화가인 고리야마역 주변도 인적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블룸버그통신은 후쿠시마시의 모든 식당과 슈퍼마켓도 단수 등에 따라 문을 닫았다고 전했다.
정부가 정한 위험지역에서 탈출한 주민들도 좀 더 멀리 떠나기 위해 길을 나서고 있다. 원전에서의 거리에 상관없이 피폭에 대한 불안감이 크게 높아지면서다. 후쿠시마현 외곽으로 나가는 도로는 차들이 줄을 잇고 있는 실정이다.
이미 일본 정부의 조치에 따라 원전 반경 20㎞ 이내 지역 주민 20여만명이 다른 지역으로 피난했다. 여기에 최근 후쿠시마현 거주 주민 6000여명이 야마가타현이나 니가타현 등 인근 지역으로 탈출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공식 위험지역’을 벗어났다 해도 불안이 가시는 것은 아니다. 주민들은 기껏해야 수십㎞ 떨어진 임시 대피소 등으로 피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리야마에 거주하며 후쿠시마 제2원전에서 일하다가 사이타마로 온 한 남성은 “일이 벌어진 다음에는 이미 늦은 것”이라며 “아내와 아이들이 조금이라도 더 안전한 곳에 있게 하기 위해 피난하겠다”고 말했다. 원전으로부터 약 50㎞ 떨어져 있는 미하루 지역 대피소에 있는 한 주민도 니혼TV와의 인터뷰에서 “여전히 불안한 것은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일본 당국은 옥내 대피 지역에 속한 주민 14만여명이 일상생활 필수품 부족 등은 물론 핵 공포감에 따라 불편이 가중되자 희망자에 한해서 다른 지역으로 이동시킬 계획이라고 전했다.
후쿠시마현 소우마시에서 여관을 운영하다 야마가타시로 피난온 칸노 쇼조는 “돌아갈 집도 없고, 도대체 앞으로는 어디에 가면 좋겠느냐”고 한탄했다.
후쿠시마 지역 주민들의 불만이 높아지면서 정부의 미흡한 대응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사토 지사는 “우리는 지금 모든 것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강조했다. 원전 인근 지역 주민들이 대거 대피소로 몰려들고 있지만 당장 먹을 음식은 물론 연료나 의약품 등 생필품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주민들은 특히 미국이 원전으로부터 반경 80㎞ 이내에 있는 자국민들에게 해당 지역을 탈출해 안전한 곳을 찾을 것을 권고하고 나서자 정부의 대피령 기준에 대한 불신감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미나미소마(후쿠시마) | 김기범 기자 holj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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