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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지진 관련

일본 대지진 취재기(2) 쓰나미에 휩쓸린 이와테현 가마이시시

15일 이와테현 모리오카에 도착해 하룻밤을 묵은 후 다음날 전철을 타고 이와테현 남쪽의 하나마키시로 이동했습니다. 모리오카 시내를 다니는 버스들은 운행되고 있었지만 16일 당시 제가 목적지로 삼고 있던 오후나토시, 가마이시시, 미야코시 등의 해안도시들까지 가는 길은 아직 뚫려있지 않았습니다. 이와테현 지도를 한참 들여다보며 궁리를 하다 피해가 심했던 이와테현 남부의 리쿠젠다카타, 오후나토, 가마이시 등과 비교적 가까운 편인 하나마키시가 눈에 띄더군요. 이곳까지 대중교통편을 알아봐서 이동한 다음 최종 목적지로 이동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다행히 하나마키까지 가는 전철은 운행을 하더군요. 전철비는 무려 650엔. 대략 원엔 환율을 1400원으로 볼 때 9000원 정도네요. 우리로 치면 강원도 춘천에서 원주 정도까지 거리가 아닐까 싶은데 말이지요. 도쿄, 오사카, 교토 같은 도시에서도 전철비가 참 비싸다고 생각했는데 거리가 머니까 비용도 확 올라가더군요. 그래도 택시비만큼은 비싸지는 않지요. 참고로 아오모리공항에서 모리오카시까지는 미터기로 4만엔이 넘게 나왔답니다. 약 60만원가량이네요.


하나마키시에 도착하자마자 막막함을 느꼈습니다. 택시 말고는 이동할 수 있는 교통수단이 전혀 없더군요. 대강 거리를 보니 어느 도시나 수십킬로미터는 떨어져있으니 비용이 또 만만치 않게 들겠더라고요. 일단 특파원 선배와 상의를 해서 이미 일본 언론이 수 차례 르포 기사를 쓴 도시들 말고 다른 도시로 취재를 가기로 했습니다. 후보지로 토오노시와 가마이시시를 정해놓고 사정을 보면서 취재를 진행하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런데 택시에 타서 기사분과 대화를 하다보니 두 가지 생각하지 못했던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하나는 토오노시는 피해가 생각보다 크지 않았고, 이미 주민들도 대피소에서 집으로 돌아갔다는 것이었고요, 다른 하나는 가는 택시는 있어도 오는 택시는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첫번째 문제는 취재 현장을 좀 더 먼 가마이시시로 바꾸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지만 돌아오는 택시가 없으면 인터넷을 통해 기사를 보낼 수도 없고, 잠을 잘 곳도 없는지라 두 번째 문제가 생기자 참 난감하더라고요. 택시기사에게 가마이시시 현장에서 돌아오는 교통편을 찾을 수 없을 거라는 얘기를 듣고 당황스러워 하자 얼마 정도 취재를 할 거냐고 묻더군요. 1~2시간 정도라고 하자 다행히 그 정도면 기다려 주겠다고 했고, 그렇게 교통편을 해결했습니다. 근데 기다려 주겠다고 하는 얘기에 미터기를 끄고 있을 줄 알았더니 취재를 마치고 돌아오자 미터기는 그대로 올라가고 있더군요. 가마이시의 재해 현장과 대피소를 취재하는 사이 족히 몇천엔은 더 올라간 것 같아요.

어쨌든 강원도 산길 같은 꼬불꼬불한 길을 한 시간 반 정도 달려 겨우 가마이시시에 도착하니까 외견으로는 지진이 일어났는지 알기 어렵던 내륙도시 모리오카와 하나마키와는 달리 재해지역이라는 느낌이 들더군요. 시내에 접어들자 일단 신호등이 꺼져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아직 정전 상태였던 것이죠. 군데군데 있는 편의점에는 길게 줄을 선 주민들이 보였고요. 편의점에서 돌아가는 사람들이 비닐 봉지 하나씩을 들고 터덜터덜 걸어가는 모습도 인상적이었습니다. 근데 그 걸어가는 모습이 차로도 십분 가까이 계속 보이더군요. 나중에 알고 보니 피해 현장에서부터 편의점까지 걸어와서 먹을거리와 물을 사서 가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걸어서는 수십분이 걸리는 거리였지요.

차를 타고 오면서 기사분에게 가마이시역을 중심으로 해안쪽은 쓰나미에 휩쓸렸고, 반대쪽은 쓰나미 피해를 입지는 않았다는 말을 들었는데 실제 역 앞에서부터는 갯벌을 연상케할 정도로 진흙이 땅바닥에 퍼져있더군요. 현장 모습은 정말 참혹했습니다. 제가 갔던 16일에는 육상 자위대가 투입돼 있었고, 주민들이 자기 집에 가서 쓰레기를 치우는 모습도 보였으니 이미 시신들은 수습이 된 상황이었을 거에요. 이미 전에 올린 글에서 한번 보여드린 사진이지만 다시 올리겠습니다.


그런데 제가 가장 놀랐던 모습은 따로 있습니다. '쓰나미침수상정구역'이라고 쓰여있는 도로 위의 대형 안내판을 보고, 그 의미를 생각하면서 참 놀랐습니다. 밑에 올린 두 사진에 나와있는 안내판들인데요, 여기부터 앞은 쓰나미 침수 상정구역이라고 쓰여있습니다. 쓰나미가 일어날 경우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지역이라는 얘기지요. 평상시에 쓰나미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지역이라고 알고 있으면서도 아무렇지 않게 살아간다...우리들로서는 이해할 수 없지만 그렇게 살고 있는 이들이 꽤 많다는 거였죠.


다음 이야기는 취재기 세번째에서 전해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