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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지진 관련

“보이지 않는 적과의 사투였다” 소방대장 끝내 눈물

“보이지 않는 적과의 사투였다” 소방대장 끝내 눈물

ㆍ목숨 건 살수작전 도쿄소방청 소방대장들


 
“사용후 핵연료봉을 식혀라” 자위대 특수소방차가 지난 18일 후쿠시마 제1원전 3호기를 향해 물을 쏘아올리고 있다. 이는 원자로 위쪽의 사용후 핵연료봉 저장 수조의 높은 온도를 낮춰 방사성물질의 방출을 막기 위한 것이다. 자위대는 20일 오전 4호기에 대해서도 처음으로 1시간 동안 80t가량의 물을 뿌리는 작업을 실시했다. 오쿠마마치 | AP연합뉴스


▲ 바닷가 350m 앞두고 소방차 접근 불가능…
맨몸으로 호스 연결


“눈에 보이지 않는 적과의 싸움이었습니다. 동료들의 지원이 있었기에 임무를 달성하는 것이 가능했습니다.”

일촉즉발의 위기에 놓였던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3호기의 사용후 핵연료봉(폐연료봉)을 식히기 위한 살수작전에 나섰던 도쿄소방청 소속 ‘하이퍼레스큐(특수 구조대)’를 이끈 소방대장들은 눈물을 글썽였다. 사토 야스오 총대장(58)과 재해 구조 전문가인 도미오카 도요히코 제6방면대 총괄대장(47), 다카야마 유키오 제8방면대 총괄대장(54) 등 3명은 19일 도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살수작전 당시의 상황과 심경을 일본 언론에 털어놓았다. 

대원들이 처음 원전에 투입된 것은 지난 18일 오후 5시5분. 굴절살수탑차를 이용해 바닷물을 원자로에 뿌리기 위함이었다. 당초에는 대원들이 차 밖으로 나가지 않은 채 소방차량으로 호스를 끌고 바닷가로 가 연결할 계획이었다. 8분이면 연결될 것으로 예상한 간단한 작업이었지만 첫번째 장애에 부딪혔다. 바닷가까지 가는 길에 놓인 건물 파편과 부러진 나무들 때문에 소방차량이 바닷가에 접근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소방대는 일단 원전 밖으로 후퇴해 안전한 방법을 재검토한 후 오후 11시30분 다시 현장에 들어갔다. 최대한 차량으로 바닷가까지 접근해보았지만 350m 정도를 남기고 더 이상 차로 이동할 수가 없었다. 결국 대원 20명이 차에서 내려 호스를 끌고 도보로 이동해 바닷가에 호스를 연결했다.

소방대는 바닷물을 뿌릴 굴절살수탑차를 2호기와 3호기 가운데, 건물과의 거리 2m 지점에 세웠다. 후방에는 대원들의 대피를 위해 소형버스와 특수재해대책차를 대기시켜 놓았다. 19일 0시30분쯤 핵연료가 저장돼 있는 3호기 수조와 50m가량 떨어진 지점에서 굴절살수탑차가 흰 연기를 향해 20분 동안 분당 약 3t의 물을 뿌리기 시작했다. 사토 총대장은 당시 “명중했다고 확신했다”고 말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현장의 방사선량은 작전 실시 전에는 시간당 60mSv(밀리시버트)였지만 물을 뿌린 후 0에 가깝게 내려갔다.

“긴박했습니다” 후쿠시마 제1원전 3호기 원자로에 대한 살수작전에 투입됐던 도쿄소방청 하이퍼레스큐(특수 구조대) 사토 야스오 총대장(가운데)과 도미오카 도요히코 제6방면대 총괄대장(왼쪽), 다카야마 유키오 제8방면대 총괄대장이 지난 19일 도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작전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도쿄 | AP연합뉴스

▲ 투입직전 가족에 ‘문자’ 부인들 “믿는다” 답신
“가슴 졸인 가족에 사죄”


다카야마 대장은 떠나기 전 가족에게 보낸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내용을 공개했다. 그는 18일 소방서에서 바로 현장으로 향하면서 부인에게 “안심하고 기다려 달라”는 문자를 보냈고, 부인은 “믿고 기다리겠다”는 답을 보냈다. 사토 촐대장으로부터 원전 출동 사실을 역시 문자메시지로 접한 부인은 “일본의 구세주가 되어달라”는 답을 남겼다.

도미오카 대장은 “대원들은 매우 사기가 높았고, 모두 열심히 해주었다”며 “(가슴 졸였을)가족들에게 진심으로 죄송하다. 이 자리를 빌려 사죄와 감사를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요미우리신문은 이번에 참가한 약 50명의 대원 가운데 가장 방사선 피폭량이 많았던 대원의 경우 약 27mSv였으나 도쿄소방청이 정해놓은 원자력 재해현장 피폭량 기준 30mSv에 미치지 못하는 수치라고 보도했다. 대원 가운데 3명의 피폭량은 14~15mSv였고, 나머지 45명은 10mSv 이하였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