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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긴 본 영화

오션스. 더빙이 망쳤다.

2010.7.29. 메가박스 코엑스. 

오션스를 보고 난 감상을 쓰기 전 자막판이 있는지 검색을 해봤는데 안타깝게도 더빙판 말고는 없는 것 같습니다. 한국 관객들은 모두 영화적 체험을 망치는 더빙판으로 볼 수밖에 없다는 얘기지요.

영화 내용에 대해 살짝 언급하지 않고서는 더빙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가 조금 어렵겠네요. 어차피 해양 다큐멘터리니 다양한 바다 생물이 나오는 것 말고 무슨 내용이 따로 있느냐 하는 생각을 하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후반부에는 그냥 바다 생물들을 보여주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감독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담겨 있거든요. 참, 감독 자크 페레는 다들 잘 아시는 영화 시네마천국에서 중년의 살바토레역을 맡았던 배우이기도 합니다.

더빙을 생각하지 않고 화면만으로 판단하건데 오션스는 참 잘 만든 영화로 보입니다. 감독이 들인 공력이 결코 작은 것이 아님을 보여주는 장면들도 눈에 띕니다. 하지만 배한성, 정보석, 진지희 세 사람 가운데 정보석과 진지희의 내레이션은 앞서 쓴 대로 영화적 체험을 망칠 정도로 형편 없습니다. 두 사람의 목소리가 잘 안 들린다든가 발음이 안 좋다든가 하는 문제가 아니라 내레이션의 내용이 너무 수준이 낮기 때문이지요. 지붕 뚫고 하이킥의 캐릭터를 그대로 가져온 두 사람의 내레이션은 사실 전반부와 중반부까지는 그냥 참아줄 만합니다. 아이들은 재밌어 하고요.

하지만 후반부로 넘어가 인간의 탐욕으로 인해 바다생물들이 잔혹하게 살해당하는 내용이 나올 때의 내레이션은 손발이 오글오글거려서 객석에 앉아있기가 어려울 지경입니다. 흥행을 위해 정보석과 진지희를 내레이터로 기용한 것까지는 이해할 수도 있는 부분이지만 그 내레이션의 내용이 이렇게 저질인 것은 도무지 이해하기가 어려운 대목입니다.

아무튼 오션스를 보러 가실 분들은 낮은 수준의 내레이션을 감수하셔야 할  듯 합니다. 사실 객석을 가득 메운 아이들이 장면마다 떠들고 화장실에 가는 것도 거슬리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이들이 많이 보러 오는 영화에서 이 정도쯤은 감수해야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