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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긴 본 영화

하얀 리본. 파시즘에 대한 고찰.

7월 20일 시네큐브 광화문 8시 10분

어제는 7시 40분쯤, 일찍 퇴근한 기념으로 시네큐브에 가서 하얀 리본을 봤습니다. 회사 내려가면서 아이폰 어플로 주변 극장에서 뭘 하나 알아봤는데 마침 시간이 딱 맞았던 터라 바로 극장으로 갔지요. 보고 싶었던 영화인데, 상영하는 극장이 몇 군데 안 돼서 과연 볼 수 있을까 생각하던 참이었거든요.

아시다시피 미카엘 하네케 감독의 하얀 리본은 지난해 칸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영화입니다. 그 명성에 걸맞게 안 보고 지나쳤으면 후회할 만한 영화더군요. 2시간 20분 정도의 상영시간 동안 명불허전이로구나라고 느꼈습니다.

그런데 하얀 리본은 관객에 대한 친절함과는 거리가 먼, 아주 먼 영화였습니다. 씬과 씬은 '너무 분절적인 거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다소 뜬금없이 전환됩니다. 연결된다거나 이어진다는 표현을 쓰기가 어려울 정도로요. 등장인물 중 상당수-대부분 지배적 위치에 있는 남성들-은 이름 대신 남작, 의사, 목사 등으로 지칭되는 데다, 따로 주인공이 없이 마을 전체가 주인공이자 주인공이 아닌 방식으로 그려지다 보니 몰입 자체가 어렵기도 합니다. 또 곳곳에 관객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드는 요소들이 배치돼 있기도 하고요. 하지만 이런 여러 가지 요소들은 영화를 망친다기보다는 오히려 파시즘이라는 괴물을 이 마을을 통해 들여다보는 관객들의 시선이 파시즘 외의 다른 요소들에 눈을 빼앗기지 않도록 돕는다는 느낌이 듭니다.

영화를 본 후 한 영화 전문 주간지에 실린 관련 평론을 읽었는데, 영화의 아이들에 대한 묘사를 근거로 파시즘보다는 후반부로 갈수록 테러리즘에 대해 집중한 것이라는 얘기를 하더군요. 저는 미처 알아채지 못한 부분이었는데, 역시 평론을 업으로 하는 분들은 다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쨌든 아직 못 보신 분들은 주말을 이용해 보시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참, 뭐 이렇게 재미없냐는 항의는 미리 사양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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