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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긴 본 영화

슈렉 포에버. 시리즈의 적당한 마무리.

7월 17일, 저녁 8시 40분, 씨너스 강남

해상도가 4k라고 표시된 상영관에서 영화를 보는 건 어제가 처음이었는데 '완전 달라'까지는 아니지만 확실히 해상도가 높긴 높은 것 같습니다. 슈렉처럼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들어진 애니메이션을 볼 때는 특히 4k로 보는 편이 더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대신 표값은 9000원으로 조금 더 비싸더군요. 그래도 13000원인 3d보다는 많이 싼 편입니다.

각설하고, 영화에 대한 감상을 얘기하자면 전편들에서 보여준 풍자 따위는 온데 간데 없이 사라졌더군요. 93분 정도의 상영시간 동안 별 생각없이 즐길 수 있긴 한데 예전처럼 디즈니나 원작 동화를 꼬집고 비트는 맛은 없어졌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가족과 친구라는 가치-미국의 가족영화의 지배적 이데올로기인-의 소중함을 몰랐던 슈렉이 고난을 겪으며 깨달음을 얻고 행복하게 잘 산다는 이야기이니 풍자 따위가 들어가려야 들어갈 곳이 없었지요.

대신 슈렉 포에버는 이미 예고편 등에서 숱하게 보여준 장화 신은 고양이 '퍼스(이 고양이 이름을 저는 이번에 알았습니다.^^;)'가 뚱뚱한 모습으로 돌아다니며 헉헉거리고, 살이 찐 덕에 그루밍도 제대로 못하는 모습, 맑은 눈망울로 동키에게 그루밍을 부탁하는 모습 등으로 웃음을 안겨 줍니다. 어찌 보면 전형적인 가족 영화가 되어버린 스토리 속에 넣을 수 있었던 최선의 웃음 코드였는지도 모릅니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이제 슈렉은 없다는 것입니다. 미우나 고우나 이번 포에버까지 4편을 다 본 팬으로서는 참 아쉬운 일이지요. 하지만 다행히 장화 신은 고양이 '퍼스'의 프리퀄이 나온다니 아쉬움이 좀 줄어드는 것 같네요.

슈렉 포에버에 대한 더 많은 이야기를 보고 싶으신 분들을 위해 경향신문 6월 30일자에 실렸던 기사를 링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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