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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관련 기사 2010.2.~

카다피, 최대 정유시설 방패로 은신설

ㆍ제4 도시 자위야서 연설 왜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가 24일(현지시간) 수도 트리폴리 서쪽 50㎞ 거리에 위치한 자위야를 찾아가 두 번째 대국민연설을 함에 따라 이 도시의 전략적·상징적 중요성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각에선 카다피가 자위야에 은신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가 국영TV를 통해 대국민 연설을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경향신문 DB)

25일 알자지라 방송에 따르면 반정부 시위대가 리비아 제4의 도시인 자위야를 장악하자 전날 카다피 측 병력이 공격해 교전이 벌어지면서 100명 이상이 숨졌다. 카다피가 은신지로 선택했다면 자위야의 리비아 최대 원유 정련시설을 보호막으로 삼으려는 의도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자위야에는 또 원유 수출용 컨테이너 항구시설이 있다. 

트리폴리 진입을 위한 관문 구실을 하는 도시라는 전략적 중요성도 감안됐을 것으로 보인다. 카다피가 트리폴리와 자신의 고향인 시르테와 함께 자위야를 최후 보루로 삼으려 한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반정부 시위가 벌어지고, 지난주 군부대 하나가 반정부세력에 가담하기 전까지 자위야는 충성과 애국심이 가장 강한 도시였다며 카다피가 심리적 타격을 받은 게 공격 원인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카다피는 23일 시위대에 특사를 보내 자위야를 떠나지 않을 경우 대량학살이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카다피는 그러나 자위야 연설에서 자신의 모습을 직접 드러내지 않은 데다 갑자기 전화가 끊기면서 연설이 끝난 것으로 미루어 자포자기 상태에 빠진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영국 BBC방송은 전했다. 첫 연설 뒤 불과 이틀 만에 달라진 모습이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