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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관련 기사 2010.2.~

군사조직 갖춘 부족·오일머니… 카다피가 ‘믿는 구석’

ㆍ끄떡않는 ‘족장’ 카다피가 버티는 배경
ㆍ軍 일부 이탈에도 별다른 타격 안받아
ㆍ용병 사들일 만큼 넉넉한 재정도 ‘힘’

‘카다피는 어린이들의 살해자’ 반정부 시위대가 장악한 리비아 동부 토브루크에서 23일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의 퇴진을 요구하는 집회에 따라온 한 아이가 ‘카다피는 어린이들의 살해자’라고 적혀 있는 팻말을 들고 있다. 토브루크 | AP연합뉴스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가 지지세력이 잇따라 이탈하고, 국제사회의 압박이 커지는 상황에서도 큰소리를 칠 수 있는 배경은 무엇일까. 서방언론은 일단 보안군과 자신에게 충성을 다하는 부족들이 거느리고 있는 준군사조직 및 원유를 통해 벌어들인 막대한 부 덕분으로 풀이하고 있다.

22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카다피는 자신이 족장을 맡고 있는 알카다파 부족 출신 인사들을 주요 보직에 앉히는 방법으로 보안군을 장악하고 있다. 카다피의 경호원들도 모두 알카다파 부족 출신이다. 또 카다피의 아들과 핵심 측근들이 보안군 수뇌부를 맡고 있는 것은 군 일부가 이탈해 반정부세력에 가담하더라도 별다른 타격을 받지 않는 이유다. 리비아 보안군의 병력은 모두 11만9000명에 달한다. 그러나 시사주간 타임은 23일 리비아 내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현재 카다피를 지지하고 있는 보안군 병력이 5000명에 불과하다고 말하는 등 정확한 실체는 안갯속에 있다. 

정규 보안군 외에 알카다파 부족이 보유하고 있는 준군사조직도 카다피가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중요한 원천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카다피는 정규군 외에 준군사조직을 육성하는 데 힘을 기울여왔다. 1990년대에 반 카다피운동을 벌였던 베노트만은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카다피 가족과 혁명위원회에 충성을 다하는 준군사조직이 상당한 전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전했다. 알카다파 부족은 인구 수는 많지 않지만 카다피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는 덕에 주요 부족 중 하나로 성장할 수 있었다.

건물 옥상서 반정부 구호 리비아 반정부 시위대가 22일 보안군으로부터 해방된 리비아 동부 토브루크 시내 시의회 건물 옥상에서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의 퇴진을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중동권 국가들의 시위대는 옥상을 시위 장소로 자주 활용하고 있다. 토브루크 | 로이터연합뉴스

40여년간 ‘분할통치’ 방식으로 공을 들여온 주요 부족들 역시 카다피의 든든한 배경이다. 특히 약 140개의 부족 중에서도 가장 큰 영향력을 갖고 있는 마가리하 부족은 카다피와 오랜 기간 밀착해왔다. 카다피가 마가리하 부족 출신 인사들에게 정부 및 군 요직을 제공하고 충성을 받는 관계다. 카다피의 오른팔 격이었던 아브데살람 잘루드 전 총리도 이 부족 출신이다. 그러나 런던에서 발행되는 아랍어 신문 아샤라크 알아샤트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마가리하 부족의 세력이 크기 때문에 카다피에 대한 쿠데타를 일으킬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원유 수입 덕분에 정규군과 준군사조직 외에도 아프리카 용병들을 동원해 시위를 진압할 수 있을 정도로 재정이 넉넉한 점도 꼽힌다. 짐바브웨의 로버트 무가베 정권을 비롯한 아프리카 동맹국들도 유사시 힘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또 이집트나 튀니지 등과는 달리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를 차단하고, 외신 기자들의 현장 접근을 철저히 통제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리비아 전체 인구 약 650만명 가운데 6분의 1 정도인 인구 약 100만명의 와르팔라 부족 지도자들은 21일 성명을 통해 카다피에게 리비아를 떠나도록 요구하고 나섰다. 주요 유전지대를 장악하고 있는 알주와이야 부족은 시위대에 대한 강제진압을 멈추지 않을 경우 원유 수출을 막을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반정부세력이 장악하고 있는 동부 벵가지, 다르네 등을 기반으로 하는 미수라타 부족도 반카다피로 돌아선 상태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