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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관련 기사 2010.2.~

처량하고 추악한 무바라크…건강 악화에 망명설도

처량하고 추악한 무바라크…건강 악화에 망명설도

30년 만에 권좌에서 물러난 호스니 무바라크 전 이집트 대통령이 건강은 악화되고 자식들의 불화까지 겹치면서 처량한 신세가 됐다. 

이집트 독립언론 알마스리 알요움은 13일 무바라크가 혼수상태에 빠졌다고 보도했다. 사임을 거부하는 연설 도중에도 두 차례나 실신할 정도로 건강 상태가 좋지 않다는 것이다. 무바라크는 현재 샤름 엘 셰이크에서 치료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들들끼리 싸우는 것도 무바라크가 겪고 있는 불행한 일 중 하나이다. 로이터통신은 13일 이집트 국영신문 알 아크바르를 인용해 큰아들인 알라가 후계자로 지목됐던 둘째아들 가말에게 “네가 아버지의 말년을 명예롭게 하기는커녕 이렇게 망쳐놨다”고 비난하면서 말다툼이 벌어졌고 주먹다짐을 벌이기 직전까지 갔다고 보도했다. 사실상 정적관계인 두 사람의 말다툼은 대통령궁에서 벌어졌으며 한 고위 관료가 그들을 떼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호스니 무바라크 전 이집트 대통령의 사퇴 이틀 만인 13일 이집트 공무원들이
                                          수도 카이로의 내각 건물에서 그의 초상화를 떼어내고 있다. 카이로 | AP연합뉴스

한편 일각에서는 무바라크가 아랍에미리트연합(UAE)으로 망명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AP통신은 UAE 두바이의 알 아라비아방송을 인용해 무바라크가 UAE 망명을 계획하고 있다고 13일 전했다. 또 쿠웨이트 일간지 알 카바스에 따르면 UAE 정부는 무바라크에게 오만과의 접경지역인 알 아인으로 망명할 것을 제안했다. 

고아들에게 반정부 시위대 향해 투석 강요

호스니 무바라크 전 이집트 대통령이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는 동안 권좌를 유지하기 위해 벌였던 추악한 행위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13일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시위가 한창이던 지난 3주 동안 친정부 세력들이 거리에서 생활하는 고아들에게 시위대를 향해 돌을 던지도록 강요했다고 보도했다. 무바라크의 경제정책 실패로 인해 거리로 내몰린 어린이들을 정권의 방패로 삼은 셈이다. 무바라크 30년 독재 기간 피폐해진 경제 탓에 카이로에만 약 5만명의 아이들이 거리에서 생활하고 있다.

고아들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친정부 시위대는 반정부 시위대에 돌을 던지는 것이 애국적인 행동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집트 경찰은 반정부 시위대 쪽에 선 아이들에게 고무탄을 발사해 상처를 입히기도 했다.

한편 무바라크가 부정 축재한 재산의 내용도 드러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무바라크는 영국과 스위스 은행계좌와 런던과 뉴욕, 로스앤젤레스 등의 부동산에 24억달러(약 2조6900억원) 이상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무바라크의 전체 재산 규모는 약 700억달러(약 78조5960억원)로 추정된다. 스위스 정부는 무바라크와 측근들의 재산에 대해 지난 11일 동결조치를 취했으며 영국 중대사기수사국(SFO)은 13일 영국 내 재산을 조사 중이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