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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부 기사 2010.8.~

스리랑카, 코끼리와의 전쟁

스리랑카 농민들이 코끼리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코끼리로 인해 농사를 망치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데다 코끼리를 내쫓다가 목숨이 위태로워지는 일도 발생하기 때문이다.

                                                                                 <경향신문 DB>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아프리카 코끼리와 달리 상아가 없고, 크기도 더 작은 스리랑카 코끼리는 이 나라에 4000마리 정도가 살고 있다. 일부는 종교적인 목적으로 사육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야생에서 생활하고 있다.

코끼리가 생활하는 영역과 사람들이 거주하는 마을과의 거리가 몇 킬로미터 밖에 되지 않다보니 인간과 코끼리는 자주 충돌할 수밖에 없다. 특히 스리랑카가 인구는 많은데 땅은 좁다 보니 코끼리와의 충돌은 이 나라에서 큰 문제가 되고 있다.

환경운동가들은 사람들이 코끼리가 살고 있던 영역에 거주하게 된 것이 문제라고 말한다. 코끼리들은 인근 주민들의 농장에서 농작물을 먹으며 농사를 망쳐놓곤 한다. 이로 인해 일어나는 인간과의 충돌로 매년 코끼리 200마리가 죽고, 사람도 60여명이 사망한다.

스리랑카야생동물보호협회 대표 라비 코리아는 “불행히도 인간과 코끼리의 충돌로 인해 대부분의 시골 사람들에게 코끼리를 공공의 적처럼 인식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아직 코끼리를 문화적, 종교적 상징으로 보는 시각도 많이 남아있는 것도 곤란한 상황을 만들고 있다”고 덧붙였다.

스리랑카야생동물보호협회는 인간과 코끼리의 충돌을 줄이기 위해 시골 마을들을 돕고 있다. 이 단체와 웨헤라가라가마 마을 주민들은 마을 가장자리에 농작물과 인간을 코끼리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전기울타리를 만들었다. 코끼리가 이 울타리에 닿으면 전기충격을 받아 도망을 칠수밖에 없도록 돼있다. 코끼리가 다치거나 죽지는 않을 정도의 강도로 조절돼 있다.

또 코끼리가 울타리에 닿으면 미리 등록해놓은 마을 주민들에게는 휴대전화로 코끼리가 나타났다는 문자 메시지가 전송돼 사람들이 농작물과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하게 해주고 있다.

야생동물보호협회는 전기 울타리와 경고 시스템이 더 많은 마을에 설치되면 더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보호협회에 따르면 울타리가 생긴 이후 웨헤라가라가마 마을의 농사 수입은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아직은 몇 안 되는 마을에만 이 울타리가 설치돼 있다 보니 보호협회는 코끼리로 인한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다른 방안들도 모색하고 있다. 협회는 농민들에게 코끼리가 좋아하는 바나나나 사탕수수, 쌀 같은 농작물 대신 코끼리들이 잘 건드리지 않는 박이나 감귤류의 작물을 재배하는 방법들을 제안하고 있다.

라비 코리아는 코끼리의 중요성에 대해 스리랑카에서 코끼리가 종교적으로 신성시되는 것과 함께 코끼리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관광수입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그는 “나는 현재 사람들과 코끼리의 관계가 큰 갈림길에 서있다고 생각한다”라며 “우리는 코끼리에게 있어 매우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