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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부 기사 2010.8.~

바티칸, 이라크 후세인 시절 전 총리 사형에 반대

사담 후세인 정권 시절 외무장관 겸 부총리를 맡았던 타리크 아지즈에 대해 이라크 법원이 사형을 선고했다. 국제인권단체와 로마교황청 등은 아지즈의 범죄행위에 대한 처벌에 대해서는 공감하면서도 사형 선고에 대해서는 반대하고 나섰다.

26일 BBC방송은 이라크 국영방송을 인용해 이라크 고등형사법원이 26일 타리크 아지즈 전 이라크 외무장관에 대해 시아파 정당들을 탄압한 혐의로 사형을 선고했다고 보도했다.

아지즈는 누리 알-말리키 이라크 총리의 다와당 당원들에 대한 박해 운동에 가담한 혐의로 기소됐었다. 수니파 무슬림이었던 사담 후세인은 1980년대와 1990년대에 걸쳐 시아파 야당 등 정치단체들을 탄압한 바 있다.

아지즈는 2003년 미군이 바그다드를 함락한 후 바로 항복했으며 2009년 3월 42명의 이라크 상인들을 처형한 혐의로 15년형을 선고받았다. 5개월 후 그는 쿠르드족에 대한 강제 이주에 관련된 혐의로 추가로 7년형을 선고 받은 바 있다. 현재 아지즈는 병세가 심각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지즈의 가족들은 “지난 정권 시절 어쩔 수 없이 저지른 일들에 대해 현 이라크 정부가 정치적인 목적으로 너무 가혹한 처벌을 내리려 한다”며 비난하고 있다. 암만에 살고 있는 아지즈의 아들인 자이드 아지즈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아버지 아지즈의 무죄를 주장하며 “정부는 지난 정권에서 일한 이들 전부를 죽이길 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그는 정치가였고 언론매체들을 상대했었다”며 “보안관련 업무는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바티칸도 사형 선고에 항의하며 관대한 처분을 요구하고 있다. 바티칸 대변인 페데리코 롬바르디는 “교회는 사형 처벌에 반대한다”며 “큰 고통을 겪은 이라크의 화해와 평화의 재건, 정의를 위해 적당한 방법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CNN방송에 따르면 국제사면위원회는 후세인 정권하에서의 야만적인 행위에도 불구하고 이라크에 아지즈에 대한 사형을 집행하지 않을 것을 촉구했다. 국제사면위원회 중동·북아프리카 지부장 말콤 스마트는 성명을 통해 “사담 후세인의 통치 동안 사형, 고문을 비롯한 인권을 침해행위가 자행됐고, 이 범죄를 저지른 이들을 처벌하는 것은 옳다”면서도 “(아지즈의) 죄가 무겁긴 하지만 사형은 인권을 부정하는 행위이며, 사형으로 처벌을 하는 것은 옳은 방법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라크 내에서도 기독교인인 아지즈를 후세인과 같은 일당으로 보지 않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한편 지난 8월 영국 일간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아지즈는 “역사는 그(사담 후세인)가 자신의 나라를 위해 일했다는 것을 보여줄 것이다”라며 사담 후세인에 대해 강력하게 변호했다. 그는 또 “이라크를 늑대들 사이에 방치했다”며 미군의 철수를 지시한 버락 오바마미국 대통령을 비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