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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부 기사 2010.8.~

인도가 동쪽으로 가는 까닭은…

ㆍ‘中 견제’ 우군 확보… 美와도 이해 맞아

인도가 동아시아에 손을 내밀고 있다. 동아시아에서 중국을 견제할 카드로 인도를 활용하려는 미국과 중국의 동아시아 영향력 확대에 대한 인도의 경계심이 맞아떨어지면서 본격화된 움직임이다. 중국 의존도가 깊어지는 동아시아 국가들 역시 반기는 분위기다. 

만모한 싱 인도 총리는 지난 24일부터 일주일 동안 일본,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 동아시아 3개국을 순방하면서 이들 국가와의 교류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25일 일본 간 나오토 총리와 경제동반자협정(EPA)에 서명한 데 이어 26일에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를 방문해 포괄적경제협력협정(CECA)의 내용을 확정짓는다. 

싱 총리는 또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리는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인도’ 정상회의와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도 참석,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인도 일간 더 힌두에 따르면 싱 총리는 출발 성명에서 “전통적인 일본과의 연례 정상회담은 인도와 일본 사이에 강하고, 활기차고, 다차원적인 관계를 만들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인도와 동아시아의 관계 증진은 미국의 대 중국 전략과도 맞물려 있다. 26일 파이낸셜타임스는 미 정부 고위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 “미국은 인도가 무역, 정치, 안보 협력 등에 있어서 남아시아지역 밖에서도 더 적극적인 역할을 맡아주길 바란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들은 “우리는 인도를 ‘동아시아의 강국’으로 보고 있다”며 “인도의 영향력은 인접국에만 국한된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특히 일본과 한국 등 동아시아의 전통적인 미국 동맹국들과 인도가 관계 증진을 모색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다음달로 예정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인도 방문은 이 같은 흐름을 가속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 관계자들은 “아시아에서 인도의 역할을 확대하려는 정책이 인도와 중국의 관계를 재조정하려는 것은 아니다”라고 하면서도 “인도는 아세안 지역포럼 내에서 동아시아 정상회의 못지않은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카슈미르와 아루나찰 프라데시주 등을 둘러싸고 파키스탄 및 중국과 영토분쟁을 벌이고 있는 인도로서도 미국과의 군사적 협력은 더욱 긴요해졌다. 인도는 미국의 군사동맹국은 아니지만 미국과 가장 빈번한 군사훈련을 하는 국가로, 양국은 지난 8년 동안 50회의 합동군사훈련을 실시했다. 대 동아시아, 대 미국 관계 강화는 중국이 파키스탄-버마-네팔-스리랑카 등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인도를 압박하는 형국을 정면 돌파하는 길이기도 하다. 

다음달 5~9일로 예정된 오바마 대통령의 인도 방문은 오바마 취임 이후 가장 긴 기간의 외국 방문이 될 예정이다. 인도 정부는 조지 부시 행정부 당시 체결만 해놓고 양국 의회에서 계류돼 있는 민수용핵협력협정의 발효를 촉구할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에 줄 선물로는 110억달러(약 12조3000억원) 상당의 미국 전투기 126대를 수입하는 계약 체결을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