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온라인용으로 '칠레의 또 다른 9·11, 여기에도 미국의 그림자'http://durl.me/2gkc8라는 기사를 쓰면서 네루다의 우편배달부라는 소설이 떠올랐습니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에 포함돼 있는 책인데요, 세계명작이라고 불리는 소설들 가운데 이렇게 재밌게, 책장에서 손을 떼지 못할 정도로 몰입해서 읽은 경우는 드물지 않은가 싶어요. 나중에 그 감흥을 되살려 보려고 다시 읽었을 때도 마찬가지였답니다.
소설은 마리오라는 시골 청년이 칠레의 대시인 파블로 네루다에게 편지를 배달하면서 시를 배우고, 사랑하는 소녀에게 은유가 담긴 시로 사랑을 전하는 내용들과 당시 칠레의 대통령으로 선출됐던 살바도르 아옌데로 인해 네루다가 정치에 뛰어드는 일 등이 담고 있습니다.
소설 내용도 술술 잘 읽히는 편이지만, 재미를 더해주는 건 사실 네루다의 시구들이죠. 지금 막 떠오르는 시구가 있으면 이 글에도 쓰면 좋겠지만, 기억력 감퇴로 머리에 남아있는 것이 없네요. 죄송합니다.
이 시구들이 어찌나 아름답고, 재밌었던지 외국시인의 시집으로는 처음으로 네루다 시선을 사서 보기도 했었습니다. 근데 소설에서 볼 때와는 다르게 그닥 감흥이 일어나질 않더군요. 생각해 보니 정지용 시인의 아름다운 시 '향수'에서 처음 매력을 느꼈던 것이 태백산맥을 읽으면서 김범우의 형, 김범준 아버지 김사용의 상여가 지나는 모습을 보며 일제 강점기부터 전쟁 때까지의 일들을 회상하는 장면에 향수의 시 한 연 한 연을 적절히 배치해 놓은 부분을 읽으면서였습니다. 저라는 인간은 시의 매력을 소설 가운데 있어야만 느낄 수 있는 걸까요.
덧붙이자면, 네루다의 우편배달부를 각색해 만든 일 포스티노도 참 매력적인 영화입니다. 원작과는 내용이 조금 다르긴 하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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