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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짜 환경기자의 환경 이야기

파리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탐방기(1)



기후변화협약 관련 글인줄 알고 들어오셨을 텐데, 먹을거리 사진부터 보여서 '뭐지, 이건.' 하시는 분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이 파이의 맨 위 껍데기에 써있는 글자들에서 짐작 가능하실 거에요. 프랑스 파리 당사국총회 행사장 내 카페테리아에서 사먹은 당사국총회 기념 파이입니다. 희미한 에펠탑이 보이시나요. 파이의 맛은 무척 달았습니다. 심하게 느끼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다시 사먹고 싶거나, 누군가에게 추천하고 싶은 맛은 아니었습니다.


이번 파리 당사국총회가 저에게 딱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당사국총회에서 결정된 내용들이 또 먹고 싶거나 추천하고픈 생각이 들지는 않았거든요. 아시다시피 현지시각으로 지난 12일 저녁 총회장에서 중요한 합의문이 채택되었습니다. 2020년 이후 전 세계의 기후변화대응체제를 규정한 중요한 내용이 담겨있는 합의문이었지요. 저도 우연찮게 눈이 떠지는 바람에 그 순간 총회 공식 어플 'Negotiator'가 전해준 합의문 채택 소식을 실시간으로 받아볼 수 있었습니다. 중요한 합의문인만큼 여러 분야에서 진전들이 이뤄졌지요. 자세한 내용은 요 기사들을 보시면 됩니다.


“화석연료 시대의 종말”…강제 조항 없어 ‘감축 목표’ 실천 의문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512132244555&code=970205


온실가스 줄여도 2.7도 상승…“현 목표만으론 재앙 못 막아”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512132240175&code=970205


그런데 영 석연치가 않습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 합의문을 두고 'Paris climate deal : nearly 200 nations sign in end of fossil fuel era'라는 기사를 게재했습니다. 이번 합의문이 화석연료 즉, 석유나 석탄의 시대에 종언을 고했다는 평가들과 통하는 제목입니다. 그런데 국제환경단체인 지구의벗은 'Paris climate deal is a sham'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가짜, 엉터리, 사기라는 얘기지요. 위에 링크해 놓은 기사를 보신 분들은 왜 이런 차이가 벌어졌는지 조금은 이해하실 테지요. 이 합의문을 위 사진의 파이에 비유를 한 것은 겉모양이 신기하고, 맛도 달달하긴 한데 뭔가 아니다 싶은 파이의 맛과 합의문이 비슷하게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합의문의 내용과 별개로 프랑스 정부는 행사 준비에 신경을 많이 썼더군요. 테러 때문에 행사를 포기하기는 아까웠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래 기사에도 언급했지만 세심하게 준비한 모습들에 감탄을 자아내기도 했고요.


"쓰레긴 줄였지만 너무 더워" 지금 파리 기후변화총회 현장은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512081659301&code=940100




제가 손으로 들고있는 요 카드는 주최 측이 행사 참가자 전원에게 나눠준 파리 시내 버스, 지하철의 자유이용권입니다. 요거 하나면 행사 기간 내내 대중교통이 무료인 것이지요. 인류의 온실가스 감축 노력에 관한 회의인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를 여는 도시다운 시도였다고 생각합니다.


프랑스 정부는 정상회의가 있던 11월 30일은 고속도로까지 통제해 버리기도 했습니다. 프랑스 정부는 월요일이었던 이날과 전날, 전전날인 토요일, 일요일에는 시민들에게 시내에 가급적 나오지 말라고 권고했습니다. 각 기업에는 휴가를 줄 것을 권고하고요. 실제 30일에 파리 시내를 버스로 이동할 때 안내를 맡은 현지 교민에 따르면 파리 시내 교통량이 현저하게 줄었다고 하더군요. 아마 온실가스 배출량도 조금 줄어들었겠네요. 정부 말을 잘 안 듣는 프랑스인들이 이렇게 정부 권고를 잘 따른 것에는 아마 테러가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나 싶습니다.



대낮임에도 텅 빈 파리 시내 고속도로를 차 안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행사장에서 르부르제역까지를 오가는 셔틀버스는 모두 하이브리드였습니다. 이용료는 물론 공짜였고요. 이번에 전 세계에서 모여든 환경단체 활동가들은 현지 교통비에서 예산을 좀 아낄 수 있었을 것 같습니다.



셔틀 버스에서 내려 행사장 입구로 가면 요런 기둥들이 보입니다.



기둥들을 지나 보안검색을 받은 뒤 행사장으로 들어가면 왼편에 위 사진과 같은 교통카드를 주는 부스가 있었습니다. 저와 한국 기자들은 저걸 좀 늦게 알아서 하루나 이틀 지나 교통카드를 받았지요.



행사장 내부 중심도로의 모습입니다. 요렇게 걸어다니다 옆에 있는 건물들로 용건에 따라 들어가면 되는 거지요.







그리고 행사장 안에 들어가면 아래와 같은 정수기, 휴지통, 포스터 등을 볼 수 있습니다. 위에 링크한 기사에서 소개한 내용들이지요. 맨 아래 사진에서 커피를 마시고 돌려준 컵 덕분에 제게는 동전이 잔뜩 늘어나고 말았습니다. 국제환경단체인 지구의 벗 의장을 인터뷰하면서 제가 커피를 샀는데 세 잔을 돌려줬더니 50센트 동전 6개를 준 것이지요. 카페라떼 두 잔과 아메리카노 한 잔을 주문했더니 에스프레소 두 잔과 아메리카노 한 잔을 준 것도 모자라 동전 개수만 늘려준 카페테리아 직원이 아주 조금 원망스럽게 느껴졌습니다. 참고로 기념물병은 한국에 가져와서 잘 쓰고 있답니다.




마지막으로 기사에는 차마 올리지 못했던 사진 한 장입니다. 기사에 언급된 스웨터를 재활용한 에코백인데요, 구깃구깃해진 데다 이불 위에서 찍은 터라 블로그에만 살짝 올려봅니다. 참고로 이 에코백이 다른 에코백보다 1.5배 이상 큰 탓인지 동생이 맘에 들어하더군요. 아마 구김을 없애서 잘 쓰고 있지 않을까 싶네요.


참고로 탐방기(2)에서는 테러 추모현장과 샹제리제 거리, 노엘 마켓 등을 소개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