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말 다녀온 섬진강 하류 광양, 하동 사이 구간에서는 재첩 잡이가 한창이었습니다. 위의 사진 두 장은 강의 우안인 광양에서 찍은 것이고, 아래 두 장은 좌안인 하동 쪽에서 찍은 것입니다.
재첩 잡는 모습 중 아래 두 장은 하동 쪽 섬진강변의 재첩국 특화단지의 한 식당에서 밥을 먹기 전 찍은 것입니다. 평생을 광양에서 사신 분에 따르면 그 식당에서 먹은 재첩국은 재첩국이라 할 수 없는 맛이라고 하시네요. 그리고 저는 이 식당에서 우문을 던지는 바람에 견문을 넓힐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작은 패류까지 먹을 생각을 하다니 예전에는 먹을 게 많이 없어서 그랬겠죠?"
"재첩이 원래 이렇게 작은 게 아니에요."
"네?"
"원래는 이거 몇 배까지 커지는데 요즘은 수가 줄다보니 커질 때까지 안 기다리고 잡는 거에요."
그랬습니다. 재첩이 원래부터 엄지손톱만한 패류였던 게 아니라 제가 큰 재첩을 못 봤던 것일 뿐입니다. 그러고는 지레 선입견을 가졌던 것이지요. 참 부끄러웠지만 덕분에 어민들의 재첩 잡이가 점점 어려워진다는 사실도 들을 수 있었네요. 하구 근처에 포스코가 들어서면서 대규모 준설공사를 벌였고, 그 이후 바닷물이 들어오는 범위가 넓어지면서 재첩을 잡을 수 있는 구간도 하구에서 점점 상류에 가까운 곳으로 이동했다는 얘기도 들었네요.
그런데 여기에 정부가 실시하려는 5대강 개발까지 추진되면 어떻게 될까요. 일부 지역은 관광지로 개발돼 많은 사람들이 찾게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섬진강의 본 모습은 점점 더 훼손되지 않을까요. 온갖 관광, 레저, 상업시설이 들어서면 수질은 오염될 수밖에 없지 않을까요. 재첩 잡기는 더 힘들어지지 않을까요. 아래 사진들과 같은 천변의 빛나는 백사장과 풀숲은 개발 와중에 사라질 수도 있고, 개발 지역엔 포함되지 않더라도 개발의 여파로 훼손될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요.
섬진강을 포함한 5대강을 개발하려는 정부 계획에 대한 기사들의 링크를 아래에 올립니다. 답답한 마음입니다.
[단독]섬진강 포함된 ‘5대강 사업’ 비밀리 추진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505260600115&code=610103
[정부 ‘5대강 사업’ 극비 추진]5대강 절반이 ‘개발 바람’ 노출… 내년 총선 ‘공약 남발’ 우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505260600075&code=610103
[정부 ‘5대강 사업’ 극비 추진]“아파트 빼고 거의 모든 오염시설, 5대강변에 허가하려 하나”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505270600035&code=610103
[‘5대강 사업’ 르포]주민들 “자연하천 섬진강 뿌듯… 훼손 땐 재첩잡이 망칠라”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506012239475&code=61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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