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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짜 환경기자의 환경 이야기

피해자들의 눈물, 유엔 인권이사회가 닦아줄 수 있을까


가습기 살균제 피해에 대해 취재를 하다보면 저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질 때가 있습니다.

지난 17일 서울 연건동 환경보건시민센터 사무실에서 이뤄진 유엔 인권이사회 유해물질 특별보고관과 피해자들의 만남에서는 아래 사진을 찍을 때가 그랬습니다.




오른쪽 맨 끝에 양복을 입은 사람이 배스컷 툰칵 특별보고관입니다. 그의 시선이 닿은 부분에는 가습기 살균제로 인해 사망한 아기의 옷과 사진 등이 놓여있습니다.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피해를 가장 많이 입은 이들이 임부와 산부, 아기들이라는 사실은 널리 알려진 사실입니다. 이들이 건강하기를 바라는 가족들이 가습기를 깨끗하게 쓰기 위해 각종 광고에서 안전하다고 떠들어댄 살균제를 사용한 사례가 많기 때문입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유족들이 피해를 입은 가족 구성원들에게 죄인 아닌 죄인 같은 마음을 품게 되는 이유입니다.


사진에서 맨 왼쪽에 보이는 고령의 피해자께선 이날 특별보고관과 대화를 나누다 몸상태가 안 좋아지셔서 먼저 귀가를 하셨습니다. 자신과 모친이 함께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하다 모친께서 먼저 사망하셨다며 이 분은 "내가 어머니를 죽게 한 것 같다. 내가 큰 죄를 지은 것 같다."고 슬퍼하셨습니다. 그러나 멀쩡한 사람을 죄인처럼 만든 가해기업은 여전히 국내에서 아무 타격도 받지 않고 영업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가장 많은 피해자를 만들어낸 옥시싹싹의 제조사 옥시레킷벤키저는 피해자들을 여전히 무시하고 있고요. 피해자들이 가해기업에 대한 철저한 검찰 수사를 촉구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유엔 인권이사회 유해물질 특별보고관 배스컷 툰칵(오른쪽에서 두번째)이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주의깊게 듣고 있습니다.




유엔 인권이사회 유해물질 특별보고관 배스컷 툰칵(오른쪽에서 두번째)이 피해자들로부터 건네받은 가습기 살균제 피해사건에 대한 백서를 살펴보고 있습니다.


가습기 살균제로 인해 사망한 분은 현재까지 143명, 피해자는 530명이지만 사실 제대로 된 조사가 이뤄진다면 피해자 규모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정부 집계에 따르면 가습기 살균제를 구매해 사용한 사람은 연간 800만명에 달합니다. 자신이 가습기 살균제로 인해 죽는지도 모르고 돌아가신 분도 있을 것이고, 건강이 크게 악화된 것은 아니지만 폐기능이 약해진 분들도 많을 것입니다. 실제 가습기 살균제 관련 기사의 댓글에는 자신들도 사용했다는 내용이 많이 포함돼 있습니다. 정부가 지금과 같은 미온적인 태도를 유지해서는 안 되는 이유입니다.


부디 이번 만남 후 특별보고관이 유엔 인권이사회에 제출할 보고서가 한국 정부의 태도에 다소나마 변화가 일어나는 것에, 그리고 가해기업이 피해자들에 공식으로 사과를 하게 되는 것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특별보고관은 오는 23일 공식 기자회견을 열고 가습기 살균제 피해를 포함해 국내의 유해물질 관련 환경피해 사건들에 대한 공식입장을 발표할 계획입니다. 공식보고서는 2016년 9월에 제출할 예정입니다.


배스컷 툰칵 특별보고관과 피해자들의 만남에 관한 기사는 아래 링크를 따라가시면 보실 수 있습니다. 국정감사 때 드러난 정부의 무책임한 행태에 대한 기사도 하나 올립니다.


“가습기 살균제 써보겠냐 질문에 런던 본사 임원 고개 절레절레”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510190600085&code=940100


가습기 살균제 속 유해물질 환경부, 제대로 평가 안 했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509250600015&code=940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