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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긴 본 영화

이끼

대한극장 8.16. 조조.

휴가 첫 날, 이끼를 조조로 보았습니다. 휴가 중에 보기 딱 좋게도 상영시간이 2시간 40여분 정도로 길었었지요.^^
이끼는 사실 제 주위에서도 평이 엇갈리는 영화였습니다. "너무 재밌었다. 최고다"라는 의견도 있었지만, "별로다. 볼 필요 없다."는 의견도 많았거든요. 인터넷에서는 원작을 본 사람은 안 보는 게 낫고, 원작을 안 본 사람은 봐도 괜찮다 정도의 의견도 많았습니다. 강우석 감독을 별로 안 좋아하는 사람들은 애초에 볼 생각을 안 하는 것 같기도 하고요. 저도 사실 그 안에 포함되는 것 같습니다만.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저는 원작을 본 분이나 안 본 분이나 한번 볼 만은 한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반드시 봐야할 영화는 아니겠지만요.
우선 원작보다는 많이 못하지요. 배우들의 연기는 괜찮지만 짜임새가 느슨해 보이는 부분도 많고, 또 연기와 상관없이 배역과 어울리지 않는 배우도 눈에 띄고요. 간간이 나오는 유머들도 헛웃음이 나오게 하는 경우가 더 많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볼 만은 하다고 말씀드리는 것은 장점들도 꽤 많이 보이는 영화기 때문입니다. 우선 원작을 망쳤다는 얘기까지 나오기는 해도 워낙 윤태호의 웹툰이 뛰어난 작품이다 보니 그 캐릭터를 그대로, 또는 비슷하게만 옮겨와도 매력적인 인물이 만들어질 수밖에 없더군요. 허준호, 정재영, 박해일, 유준상 등이 연기한 캐릭터들은 사실 웹툰의 캐릭터와는 다른 부분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충분히 허용되는 수준의 변형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지요. 또 네 배우 모두 뛰어난 연기를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정재영의 카리스마와 그에 위축되지 않는 박해일의 결기는 이끼에서 가장 높이 평가될 부분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들의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말씀드리면 너무 억지일까요?

아무튼 아직 안 보신 분이 있다면 아직은 상영하는 곳이 좀 남아있는 듯 싶으니 아무 이유 없이 눈이 일찍 떠진 토요일 아침에 슬며시 가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참고로 저는 대한극장에서 10시 20분인가에 조조로 5000원에 봤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