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겨울 한반도 중부와 남부의 가금 농장에서 대량 살처분 조치를 불러일으킨 조류 인플루엔자에 대해 정부는 철새가 바이러스를 옮긴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습니다. 수많은 생명이 산 채로 생매장되는 가운데 정부는 바이러스를 더 이상 전파시키지 않도록 한다는 명목으로 철새 먹이주기 행사들을 전면 중지시켰습니다. 가뜩이나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 철새들을 더욱 궁지로 몰아넣은 것입니다. 그런데 과연 철새들은 이번 조류 인플루엔자 사태를 일으킨 장본인이었을까요?
정부의 주장과 달리 상당수 전문가들과 국제기구들은 그렇지 않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철새들이 가금 농장에서 변이된 바이러스에 당한 피해자라는 것입니다. 아래 기사들은 이와 같은 주장들을 담고 있습니다.
‘가창오리 서식지’ 관리 매뉴얼도 통제자도 없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401210600015&code=940601
“오히려 철새가 농장 오리로부터 AI에 감염됐을 수도 있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401212131485&code=940601
국제기구 “AI 주범, 철새 아니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401270600025&code=940601
철새 먹이주기 중단·항공방역·퇴치 폭음기 사용, AI 감염지역 확산 되레 부추긴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401292029405&code=940601
특히 인천 송도에 사무실이 있는 국제기구인 동아시아 대양주 이동조류 협력기구(EAAFP)는 정부 주장은 과학적이라고 할 수 없으며 고병원성 AI는 일반적으로 오리농장같이 매우 좁은 공간의 비자연친화적 환경에서 자라는 가금류에서 찾아볼 수 있고, 야생 조류에서 발생됐다는 보고는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게다가 외부에서 감염된 채 한반도로 이동해온 가창오리들이 최근까지 살아남는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이지요. 또 '조류 인플루엔자와 야생조류 과학특별전문위원회'는 아래와 같은 내용을 성명서로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한국의 가금류 및 야생조류에서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 H5N8에 관한
‘조류 인플루엔자와 야생조류 과학특별전문위원회’ 성명서(일부)
바이러스는 어디에서 왔나?
이 바이러스가 야생조류로부터 확산된 것으로 분석하고 있는 있지만 이 주장은 지금까지 역학적 증거에 의해 뒷받침되지 않고 있다. 이 바이러스가 큰 기러기, 가창오리에서 사망을 유발했다고 한 것처럼, 가창오리가 수천에서 수십만 마리가 밀집도 높게 함께 모여 휴식 하므로 만약 이 바이러스가 철새들 사이에 존재하고 있었다면 겨울철에 철새에서 더 높은 사망률이 이전에 이미 발생했을 것이다. 2013년 가을에 도착한 가창오리는 가금류 농장에서 H5N8 발생 이전에 질병의 징후를 보이지 않았다. 야생조류에서 HPAI바이러스를 검출하는 것은 저병원성바이러스가 매우 독성이 강한 형태로 진화하고, 빠르게 확산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는 농장의 가금류와 이의 가치사슬(value chains)와 비교하였을 때 매우 드문 일입니다. 가금류, 가금류 제품, 사람과 장비의 이동과 현재의 감염된 농장간에, 그리고 오염물질의 더 넓은 자연환경으로의 확산은 다른 가금류와 야생조류로의 바이러스 확산을 용이하게 할 수 있다.
더 자세한 내용은 기사들을 클릭해 보시면 읽을 수 있습니다. 아래 보도자료들에서도 상세한 내용을 보실 수 있습니다.
20140128-한국의 H5n8 HPAI에 대한 조류 인플루엔자와 야생조류 과학특별전문위원회 성명서.hwp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무책임하게도 철새 먹이주기 중단이라는 몰상식한 조치를 단행했습니다. 많은 전문가들과 환경단체들이 이를 비판하는 논평과 보도자료들을 내놨습니다. 환경운동연합은 긴급하게 일부 지역에서 먹이주기를 실시하기도 했고요.
한국 정부 덕분에 철새들에게 있어 올겨울은 굉장히 힘든 시기가 되었을 것으로 보이네요. 게다가 일부 농민들의 논두렁 불태우기도 철새들을 괴롭히고 있습니다. 아래 사진들은 전북대 주용기 전임연구원께서 만경강 주변 지역에서 촬영해 보내주신 사진들입니다. 이런 일들로 인해 가뜩이나 부족한 철새들의 먹이가 더욱 줄어들고 있는 것입니다.
문화일보에 도연 스님이 보낸 사진과 글에는 두루미 일가족이 먹이를 찾아 헤매다 마을까지 들어왔다는 내용도 있습니다. 두루미 세 마리가 민가 가까이 와서 두엄을 뒤지더라는 것인데 아래 링크에 자세한 내용이 들어있습니다.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10&oid=021&aid=0002185845
무조건적인 살처분이나 정확한 근거도 없이 철새에게 책임을 뒤집어 씌우는 이런 행태가 언제까지 계속되어야 하는 것인지 참으로 답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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