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초 한 주 동안 미얀마에 다녀왔습니다. 지난해 봄에는 아웅산 수치 여사가 보궐선거에서 국회의원이 되는, 즉 제도권 정치에 입성하는 역사적인 순간을 취재하러 갔었는데 이번 취재는 미얀마의 민주화와는 직접적인 상관이 없는 내용이었네요.
이번 취재는 환경부 산하의 국립생물자원관과 서울대 산림과학부 이우신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이 중심이 되어 동남아시아 4개국의 생물 자원을 조사하고, 그 성과를 심포지엄으로 발표하는 것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장소는 미얀마 중부, 최근 한국 관광객도 점점 늘어나고 있는 바간 지역의 포파산이었는데요, 포파산하면 대부분 이들이 떠올리는 것은 포파산 중턱에 있는 아래 타웅쿨라 사원의 모습입니다.
이 사원은 미얀마 전통신앙인 '낫' 신앙의 중심지로도 유명하지만, 관광객에게 먹이를 요구하며 배설물로 계단 곳곳을 지뢰밭으로 만들어놓은 원숭이떼로도 유명합니다. 타웅쿨라 사원에 오르는 이들은 이들의 습격을 피하기 위해 먹을 것을 절대 주지 말 것과 카메라, 모자 등을 잘 보관하라는 조언을 듣게 되지요.
바로 요런 원숭이들을 사원 입구서부터 꼭대기까지 끊임없이 만나게 됩니다. 미얀마의 사원들은 맨발로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관광객들은 배설물을 피하기 위한 곡예와 자기 물건을 지키기 위한 경계심으로 꼭대기에 오를 때쯤엔 녹초가 되어버립니다. 이렇게 말하면 뭐 그런 데가 다 있냐, 왜 가냐 하시겠지만 사실 그 정도는 아니고요, 살짝만 조심하면 됩니다. 다만 한국인 특유의 관광지에 가면 남들 다 가는 유명한 곳은 꼭 간다는 습성만 아니라면 가지 않으면 안 될만큼 아름답거나 멋진 곳은 아니라는 사실만 알려드리지요.
타웅쿨라 사원 출구입니다.
이런 슬레이트 지붕이 끝도 없이 이어져 있고, 여기저기에 원숭이들이 매달려 있거나 뛰어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포파산의 모습.
맨 꼭대기 금탑.
포파산 정상 쪽 모습. 왼쪽 움푹 파인 부분이 제가 묵었던 숙소 쪽이라고 누군가 알려주더군요.
저녁 무렵 포파산 리조트에서 촬영한 타웅쿨라 사원의 모습.
포파산 정상에 올라가는 도중 찍은 타웅쿨라 사원의 모습.
그런데, 타웅쿨라 사원에 올라간 다음날 학술 심포지엄에서는 귀가 번쩍 뜨이는 발표가 나왔습니다. 바로 이 포파산에 사는 페이어스리프원숭이와 인근 아라웅도 카사파 국립공원에 사는 페이어스리프원숭이에 대해 한국 연구진이 유전자 조사를 한 결과 이들이 서로 다른 아종임이 밝혀졌다는 것이었습니다.
유전자 연구로 하나의 원숭이 종이 서로 다른 아종이라는 사실이 밝혀진 것은 미얀마에서는 아마 처음이었겠지요. 멸종 위기종인 이들 원숭이를 보호하기 위한 실태 조사 차원에서나 보호 방법을 연구하기 위해 매우 중요한 연구 성과가 나온 것이었습니다.
페이어스리프원숭이는 이렇게 생긴 녀석들입니다.
딱 보기에도 요 녀석들과 타웅쿨라 사원 원숭이들은 많이 달라보이지요? 하지만 혹시 하는 마음에 연구자분들께 같은 원숭이냐고 물었지만 돌아오는 답은 역시 타웅쿨라 사원 원숭이들은 '흔한 레서스 원숭이'라는 답이었습니다. 페이어스리프원숭이들을 보기는 어려울 것 같은 생각에 사원 원숭이들도 같은 종이길 바랐는데 말이지요. 마지막날 포파산 정상에 오르면서도 혹시 하는 마음이 있긴 했는데 역시 멸종위기종 원숭이들을 쉽게 볼 수 있을 리가 없더군요. 연구자들도 쉽게 보기 힘든 원숭이니까요.
원숭이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아래 기사를 보시면 됩니다.
분화구 내 원시림에 사는 멸종위기종 원숭이… 배설물 DNA로 실태 파악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312082138515&code=61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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