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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동물, 함께 사는 이야기

두루미는 학다리로만 자지 않는다. - 철원, 연천의 두루미(1)

지난달 13일과 14일, 각각 연천과 철원 민통선 지역의 두루미들을 취재하고 왔습니다.

국립생물자원관 강승구 박사님과 연천 한탄강지키기운동본부 이석우 대표, 그리고 철원에서 오랜 기간 동안 두루미 사진을 찍으며 보호활동을 벌여온 분들로부터 두루미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틀 동안 보고 들은 것 중에 가장 신기했던 것은 두루미들이 흔히 말하는 '학다리'로만 자는 것이 아니라 체력이 달리는 경우 닭이나 오리처럼 엎드려서도 잔다는 것이었습니다.




철원의 두루미 도래지로 유명한 민통선 내 토교저수지에서 촬영한 모습입니다. 이 사진은 철원에 사시는 심상국 씨께서 제공해 주셨습니다. 두루미들이 이렇게 자고 있는 모습은 현지 주민들도 쉽게 보기 어렵다고 운이 좋다는 얘기를 들었네요.


연천과 철원에 다녀온 이야기는 아래 기사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운이 좋았다, 엎드려 잠자는 두루미떼를 만나다니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401262126245&code=610103


요 기사에서는 흔히 착각하기 쉬운 두루미, 백로, 왜가리, 황새 등의 차이점에 대한 내용도 들어있습니다.



두루미는 흔히 학으로 불리는 철새입니다. 일본의 경우는 텃새화시킨 경우도 있지만 한국은 주로 연천과 철원, 경상도 쪽의 습지가 많은 지역에 겨울철에 내려오는 새이지요. 머리 일부가 붉은 빛을 띠는 탓에 단정학이라 불리는 두루미와 재두루미, 흑두루미 등이 시베리아 쪽에서 한반도로 날아와 겨울을 나고 있습니다.


지금은 철원 주민들 중 여러분이 두루미와 독수리 등 철새들에게 먹이를 주기도 하고, 보호활동을 벌이고 있지만 사실 10년 전만 해도 이들 지역의 농가에서는 도래하는 두루미가 늘어나는 것을 반기지 않았다고 합니다. 두루미 때문에 자칫 마을이 보호지역으로 지정되면 경제활동이 제한될까봐 우려한 분들이 많았기 때문이죠. 실제로 환경부가 보호지역으로 지정하려던 시도는 주민들의 강한 반대로 무산되었다고 합니다. 기러기나 두루미 등을 약을 놔서 죽이고, 잡아먹는 일도 벌어졌었다고 합니다. 다행히 지금은 인식이 많이 바뀌긴 했지만 여전히 좋게만은 보지 않는 분들도 있다고 하네요. 철새들이 AI를 옮겼다는 정부 주장 때문에 철새들을 보는 시선이 더욱 차가워지지 않았을까 걱정이 되네요. 새들과 주민들이 공생할 수 있는 길을 찾기 위한 노력이 필요해 보입니다.


아래 연천의 두루미 사진들은 국립생물자원관에서 제공해 주신 것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