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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동물, 함께 사는 이야기

뉴트리아를 괴물쥐로 만든 진짜 괴물은?


                          낙동강유역환경청 이성규 팀장이 포획한 뉴트리아를 들어보이고 있습니다. 사진부 김영민 기자가 찍은 모습입니다.


요즘 하루가 멀다 하고 나오는 동물 기사 중에 하나가 경남지역에 창궐하고 있다는 뉴트리아 기사입니다. 그런데 뉴트리아가 얼마나 큰 피해를 끼치고 있는지, 앞으로 어떻게 퇴치해야 하는지 등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조금 이상한 점을 발견했습니다. 언론에서 선정적인 '괴물쥐'라는 표현까지 사용하며 호들갑을 떨고, 농민 피해와 생태적 피해가 크다는 식으로 나온 것과는 달리 생각만큼 피해 규모가 크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국립환경과학원의 담당 연구원은 물론 낙동강유역환경청의 담당 공무원들이 입을 모아 얘기한 내용이 "뉴트리아에 대해 알려진 사실들이 지나치게 과장된 것"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기사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과장된 부분과 상관없이 뉴트리아는 박멸 대상으로 분류되어 있고, 이는 생태계의 유지를 위해 어쩔 수 없는 조치이긴 합니다. 하지만 인간의 필요로 외국에서 수입해 와서는, 역시 인간의 부주의로 국내 생태계에 퍼져버린 동물에게 필요 이상의 혐오감과 미움을 갖는 것이 과연 합당한 일인지 고민이 들었습니다.


이번 뉴트리아 기사에는 이런 고민들을 담아봤습니다. 억울한 뉴트리아의 사정이 궁금하시다면 아래 링크의 기사들을 참고하시면 됩니다.


[탐사보도 ‘세상 속으로’]뉴트리아 “나를 괴물쥐라고 부르는데 정말 억울해요”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311292300505&code=610103


[탐사보도 ‘세상 속으로’]붉은귀거북·염소 등 위해성 언제 증폭될지 모르는 ‘시한폭탄’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311292301295&code=610103


[탐사보도 ‘세상 속으로’]외래종·유전자 변형 생물체는 ‘생태계 교란종’… 사람 생명·재산에 피해 준다면 ‘유해조수’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311292301575&code=610103




부산 구포대교 인근 신덕습지 입구에 뉴트리아의 굴이 파져있었습니다. 낙동강유역환경청에서 뉴트리아의 서식을 확인한 이 굴은 길이가 3~4미터 정도로 추정됩니다. 뉴트리아는 물에 젖어있을 때는 수달과 비슷한 모양인데요, 수달이 네 발 모두에 물갈퀴가 있는 것과는 달리 뒷발에만 물갈퀴가 있습니다. 대신 앞발은 마치 유인원의 앞발처럼 손과 비슷한 모양으로 발달해 있어서 빠르게 굴을 파는 것이 가능합니다.





굴 주변에서는 뉴트리아가 토끼풀의 연한 잎을 잘라먹은 흔적을 볼 수 있었습니다. 뉴트리아는 습지에 사는 다양한 식물들을 먹이로 삼는데 특히 부드러운 풀을 좋아하는 습성을 갖고 있습니다. 철새알 등을 먹기도 하지만 초식 위주의 잡식 동물이라 철새를 잡아먹는다든지, 사람을 마구 공격한다든지 하는 것은 지나치게 부풀려진 이야기라고 합니다.



현재까지 포획된 뉴트리아는 3433마리, 현재 국내에 서식하고 있는 뉴트리아는 8000~1만마리가량으로 추정됩니다. 그런데 앞으로 국내 생태계에 위협이 될 것으로 판단되는 뉴트리아가 아이러니하게도 사체를 통해 멸종위기종 독수리의 생존에 도움이 될 전망입니다. 낙동강유역환경청은 겨울 철새인 독수리에게 닭 등의 사체를 먹이로 제공해왔는데요, 올해부터는 뉴트리아 사체를 보관했다가 독수리 먹이로 줄 계획입니다. 어떤 생물은 박멸 대상이 되어 죽임을 당하고, 어떤 생물은 보호대상이 되는 것 자체가 인간들이 만들어낸 모순적인 상황이겠지요.


현실적으로 뉴트리아들의 고통을 줄여주는 방법이 하루빨리 이들을 국내에서 박멸하는 길이라고 생각하면 환경부와 지방 환경당국, 지자체들이 빠르고, 효과적인 퇴치대책을 마련해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입니다. 그것이 가장 인도적인 길일 것이라 생각하니 씁쓸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