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한 다음날인 7일 더 레이디를 봤습니다.
버마 현지에서 촬영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태국에서 촬영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생각보다 상세한 부분에 신경을 많이 썼는지 수치 여사의 자택이나 랭군 시내를 비롯해 충실히 재현한 것이 눈에 띄더군요.
양자경은...저 모습 그대로라면 수치 여사 본인이라고 해도, 실제 버마에 가서 수치 여사를 보고 온 저라 해도 믿을 정도로 비슷했습니다. 물론 버마분들이 보시면 많이 다르겠지만요.
영화 자체는 아주 괜찮다는 안 되고 그냥 그럭저럭과 괜찮다의 중간 정도라고 생각합니다만 랭군 현지에서 수치 여사의 모습을 보고, 가택연금되셨던 자택, 그리고 랭군 시내를 보고 온 저에게는 상당히 감정이입이 되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아쉬운 것은 버마 역사를 잘 모르는 분들에게 설명해주는 부분이 좀 있었으면 했는데 전혀 없더군요. 영화에 나온 2007년 시점 이후 일어난 변화에 대해서도 전혀 얘기가 없고. 뤽 베송은 전혀 그런걸 배려하지 않았고, 한국 배급사는 그냥 뤽 베송이 해놓은 대로만 할 수밖에 없었겠지요.
그리고 아쉬운 정도가 아니라 좀 잘못되었다고 생각한 부분은 수치 여사의 고뇌와 수치 여사의 활동, 수치 여사가 버마 내 다양한 민족, 계층들과 만나는 모습이 아닌 외부에 있던 영국인 남편의 모습에 집중한 듯이 보이는 것이었습니다. 노벨 평화상을 비롯해 데스몬드 투투 주교를 통해 국제적인 여론을 조성하는 것에는 물론 남편의 노력도 있었겠지만 버마라는 후진국에서 영국식 교육을 받고 주부로 살던 한 여성이 정치 지도자로 거듭나는 데는 영국인인 남편의 노력이 불가결했다는 식의 묘사는 많이 구태의연했습니다.
영화 속 인물들은 다들 버마라고 말하는데 자막은 미얀마라고 나오는 것에 대한 설명이 없는 것에도 실망이고요. 짧게라도 설명해주면 좋았을 텐데 말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드물게 버마 군부가 저지른 만행을 고발하고 기억하게 하는 영화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버마에 대해 '버마? 미얀마로 바뀐 거 아냐? 아웅산? 전두환 때 그 북한 테러?' 정도의 인식만 갖고 있는 상황에서 '더 레이디'는 더 많은 분들이 보셨으면 하는 영화입니다. 예상대로 몇 안 되는 개봉관에서만 상영되고 있고, 상영기간도 얼마 못 갈 것으로 보입니다만 될수록 많은 분들이 보셨으면 좋겠네요.
버마 얘기는 쓰고 싶은 내용이 한두 가지가 아니라 나중에 저의 집필욕(?)을 자극할지도 모를 정도인 만큼 더 레이디에 관련된 내용은 다시 한번 블로그에 길게 올려보겠습니다.
근데 영화에서 나오는 쉐다곤 파고다의 모습 중에 '어, 이거 합성인가?'라는 생각이 드는 부분이 있던데 확인해 봐야겠습니다.
양자경과 수치 여사 본인의 비교를 위해 제가 직접 찍은 수치 여사의 사진을 한번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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