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서 처음으로 부르카, 니캅 등 이슬람식 베일 착용으로 인해 벌금형을 선고받은 무슬림 여성 힌드 아마스가 니캅을 입은 채 9월 22일 모 지방법원 앞에서 벌금으로 낼 수표를 들고 서있다. 모/AP연합뉴스
부르카 착용 금지는 자유 보장 헌법 위반’
부르카 금지법 철폐를 요구하는 운동을 벌이고 있는 프랑스 인권단체 ‘헌법을 어기지 말라’는 지난 8월 프랑스와 벨기에 법원에 부르카 금지법의 집행정지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벨기에 헌법재판소는 앞으로 이 법안의 위헌 여부에 대해 판단할 예정이다. ‘헌법을 어기지 말라’의 홍보담당자 라시드 네카즈는 부르카 금지법에 반대하는 이유에 대해 “개인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는 헌법을 위반하는 내용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사업가이기도 한 네카즈는 부르카 금지법 위반자의 벌금을 대신 내주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니캅을 입고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한 무슬림 여성도 있다. 프랑스 아비뇽에 거주하는 켄자 드리데(32)는 지난 9월 22일 부르카 금지법의 부당성을 강조하면서 “사회적·경제적·정치적 차별을 받는 모든 여성을 위해 내년 대선에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프랑스의 진짜 문제는 무엇을 입느냐가 아니라 종교와는 상관없는 여성의 자유가 확보돼야 한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네 자녀의 어머니인 드리데는 지난 4월 법 시행에 반발해 시위를 벌인 혐의로 경찰에 체포되기도 했다. 그는 “프랑스 시민으로서 종교적 신념에 따라 베일을 착용한 여성을 처벌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며 지지자들과 함께 유럽연합 인권재판소에 이번 사례를 제소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를 가택연금에 처하게 하는 부르카 금지법은 프랑스 시민에게 베일을 착용한 여성들을 모욕할 권리를 준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비난했다.
대선에 출마하려면 선출직 공무원 500명의 서명을 받아야 하는 등 넘어야 할 제약도 많고, 드리데가 실제 당선될 가능성도 희박하다. 하지만 이미 드리데의 도전을 지지하며 자금을 지원하겠다는 이들이 나타나고 있다.
드리데의 출마 선언이 있던 날 프랑스 북동부 모(Meaux) 지방법원이 힌드 아마스(32)와 나자테 나이트 알리(36) 등 2명의 무슬림 여성에게 처음으로 벌금형을 선고한 것도 드리데의 대선 출마발표와 맞물려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날 모 지방법원은 아마스와 알리에게 각각 120유로(약 19만2000원)와 80유로(약 12만8000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이들은 지난 5월 얼굴을 망사로 가리는 니캅을 착용한 채 모 시청을 방문해 부르카 금지법에 대한 항의의 의미로 장 프랑수아 코페 시장에게 생일 케이크를 전달하려다 체포됐다. 코페 시장은 집권당 대중운동연합(UMP)의 하원 원내대표로 부르카 금지법 제정을 추진한 인물이다. 아마스는 이날 법원에 출두했으나 알리는 출두하지 않았다.
두 무슬림 여성은 바로 항소할 의사를 밝혔으며 상급법원에서도 벌금형이 나올 경우 유럽연합 인권재판소에 제소할 계획이다. 아마스는 “우리는 유럽연합 법률에 위배된 법에 따라 벌금형을 선고받았다”며 “벌금의 과다가 문제가 아니라 종교적 신념에 관한 문제”라고 말했다.
지난 4월 프랑스에서 발효된 부르카 금지법은 법을 어기는 여성에게 최고 150유로(약 24만원)의 벌금을 부과하거나 시민권 교육과정을 밟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여성에게 베일 착용을 강요하다 적발되면 벌금 3만유로가 부과되고, 최고 1년형을 받을 수 있다. 미성년자에게 강요할 경우에는 처벌이 2배로 강화된다.
유럽 국가 중에 모든 공공장소에서 부르카, 니캅 등의 착용을 금지한 나라로는 프랑스 이외에도 벨기에가 있으며, 네덜란드 정부도 이슬람식 베일 착용 금지를 추진하고 있다. 스페인, 이탈리아일부 지자체도 착용을 금지하고 있다. 이탈리아어를 쓰는 스위스 남동부의 티치노 칸톤에서도 부르카 착용을 금지하자는 내용의 주민투표가 추진되고 있다.
여성 억압·보안 명분 내세운 우파
스위스 연방 하원도 8월 28일 부르카와 니캅 등을 공공장소나 대중교통을 탈 때 착용할 수 없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일명 ‘마스크 벗기기(masks off)’로 명명된 이 법안은 표결에서 찬성 101표, 반대 77표로 가결됐다. 우파인 스위스국민당(SVP)이 제출한 이 법안이 효력을 발휘하려면 상원의 표결을 통과해야 한다.
부르카 금지법을 시행하고 있는 유럽 국가들과 우파 정치인들이 내세우는 명분은 부르카 등 이슬람식의 베일이 무슬림 여성들을 억압한다는 것과 얼굴과 몸을 가리고 다니는 이들로 인해 보안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스위스에서 부르카 금지법안의 제출을 주도한 오스카 프라이징거 의원은 “치안에 대한 우려가 점점 커지는 요즘 점점 더 많은 이들이 털모자와 마스크, 부르카 등으로 얼굴을 감추고 다닌다”며 “이런 복장 때문에 신원을 식별하기가 어려워지고, 특히 폭력사건과 신원 확인이 필요한 경우에 문제가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인 무슬림 여성들은 부르카 등을 착용할 자유를 빼앗는 법안이 자신들을 억압한다며 반발하고 있어 부르카 착용 금지는 결국 반이슬람 정서를 나타내는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보안상 이유 역시 이슬람식 베일이 아닌 마스크나 모자 등을 착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이 상식에서 벗어난 일임을 감안할 때 핑계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이나통신은 프랑스의 부르카 금지법과 무슬림 여성들에 대한 벌금 부과에 대해 ‘프랑스의 이슬람 혐오증(islamophobia)’이라고 표현했다.
- [세계]무슬림 여성에 베일을 허하라!
- 2011 10/11ㅣ주간경향 945호
ㆍ반이슬람 정서 반영한 ‘부르카 금지법’… 종교적 신념 침해에 무슬림 반발
“부르카, 니캅, 히잡을 착용할 권리를 보장하라. 베일 착용을 금지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는 헌법을 위반하는 것이다.”
유럽에서 무슬림 여성들에게 부르카, 니캅, 히잡 등 이슬람식 베일의 착용을 금지하는 법안에 대한 반발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개인적인 반발을 넘어서 법정 투쟁과 정치활동 등으로도 번지는 추세다.
“부르카, 니캅, 히잡을 착용할 권리를 보장하라. 베일 착용을 금지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는 헌법을 위반하는 것이다.”
유럽에서 무슬림 여성들에게 부르카, 니캅, 히잡 등 이슬람식 베일의 착용을 금지하는 법안에 대한 반발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개인적인 반발을 넘어서 법정 투쟁과 정치활동 등으로도 번지는 추세다.
부르카 금지법 철폐를 요구하는 운동을 벌이고 있는 프랑스 인권단체 ‘헌법을 어기지 말라’는 지난 8월 프랑스와 벨기에 법원에 부르카 금지법의 집행정지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벨기에 헌법재판소는 앞으로 이 법안의 위헌 여부에 대해 판단할 예정이다. ‘헌법을 어기지 말라’의 홍보담당자 라시드 네카즈는 부르카 금지법에 반대하는 이유에 대해 “개인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는 헌법을 위반하는 내용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사업가이기도 한 네카즈는 부르카 금지법 위반자의 벌금을 대신 내주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니캅을 입고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한 무슬림 여성도 있다. 프랑스 아비뇽에 거주하는 켄자 드리데(32)는 지난 9월 22일 부르카 금지법의 부당성을 강조하면서 “사회적·경제적·정치적 차별을 받는 모든 여성을 위해 내년 대선에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프랑스의 진짜 문제는 무엇을 입느냐가 아니라 종교와는 상관없는 여성의 자유가 확보돼야 한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네 자녀의 어머니인 드리데는 지난 4월 법 시행에 반발해 시위를 벌인 혐의로 경찰에 체포되기도 했다. 그는 “프랑스 시민으로서 종교적 신념에 따라 베일을 착용한 여성을 처벌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며 지지자들과 함께 유럽연합 인권재판소에 이번 사례를 제소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를 가택연금에 처하게 하는 부르카 금지법은 프랑스 시민에게 베일을 착용한 여성들을 모욕할 권리를 준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비난했다.
대선에 출마하려면 선출직 공무원 500명의 서명을 받아야 하는 등 넘어야 할 제약도 많고, 드리데가 실제 당선될 가능성도 희박하다. 하지만 이미 드리데의 도전을 지지하며 자금을 지원하겠다는 이들이 나타나고 있다.
드리데의 출마 선언이 있던 날 프랑스 북동부 모(Meaux) 지방법원이 힌드 아마스(32)와 나자테 나이트 알리(36) 등 2명의 무슬림 여성에게 처음으로 벌금형을 선고한 것도 드리데의 대선 출마발표와 맞물려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날 모 지방법원은 아마스와 알리에게 각각 120유로(약 19만2000원)와 80유로(약 12만8000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이들은 지난 5월 얼굴을 망사로 가리는 니캅을 착용한 채 모 시청을 방문해 부르카 금지법에 대한 항의의 의미로 장 프랑수아 코페 시장에게 생일 케이크를 전달하려다 체포됐다. 코페 시장은 집권당 대중운동연합(UMP)의 하원 원내대표로 부르카 금지법 제정을 추진한 인물이다. 아마스는 이날 법원에 출두했으나 알리는 출두하지 않았다.
부르카를 입은 한 아프간 여성이 9월 28일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서 걸어가고 있다. 카불/AFP연합뉴스
지난 4월 프랑스에서 발효된 부르카 금지법은 법을 어기는 여성에게 최고 150유로(약 24만원)의 벌금을 부과하거나 시민권 교육과정을 밟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여성에게 베일 착용을 강요하다 적발되면 벌금 3만유로가 부과되고, 최고 1년형을 받을 수 있다. 미성년자에게 강요할 경우에는 처벌이 2배로 강화된다.
유럽 국가 중에 모든 공공장소에서 부르카, 니캅 등의 착용을 금지한 나라로는 프랑스 이외에도 벨기에가 있으며, 네덜란드 정부도 이슬람식 베일 착용 금지를 추진하고 있다. 스페인, 이탈리아일부 지자체도 착용을 금지하고 있다. 이탈리아어를 쓰는 스위스 남동부의 티치노 칸톤에서도 부르카 착용을 금지하자는 내용의 주민투표가 추진되고 있다.
여성 억압·보안 명분 내세운 우파
스위스 연방 하원도 8월 28일 부르카와 니캅 등을 공공장소나 대중교통을 탈 때 착용할 수 없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일명 ‘마스크 벗기기(masks off)’로 명명된 이 법안은 표결에서 찬성 101표, 반대 77표로 가결됐다. 우파인 스위스국민당(SVP)이 제출한 이 법안이 효력을 발휘하려면 상원의 표결을 통과해야 한다.
부르카 금지법을 시행하고 있는 유럽 국가들과 우파 정치인들이 내세우는 명분은 부르카 등 이슬람식의 베일이 무슬림 여성들을 억압한다는 것과 얼굴과 몸을 가리고 다니는 이들로 인해 보안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스위스에서 부르카 금지법안의 제출을 주도한 오스카 프라이징거 의원은 “치안에 대한 우려가 점점 커지는 요즘 점점 더 많은 이들이 털모자와 마스크, 부르카 등으로 얼굴을 감추고 다닌다”며 “이런 복장 때문에 신원을 식별하기가 어려워지고, 특히 폭력사건과 신원 확인이 필요한 경우에 문제가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인 무슬림 여성들은 부르카 등을 착용할 자유를 빼앗는 법안이 자신들을 억압한다며 반발하고 있어 부르카 착용 금지는 결국 반이슬람 정서를 나타내는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보안상 이유 역시 이슬람식 베일이 아닌 마스크나 모자 등을 착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이 상식에서 벗어난 일임을 감안할 때 핑계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이나통신은 프랑스의 부르카 금지법과 무슬림 여성들에 대한 벌금 부과에 대해 ‘프랑스의 이슬람 혐오증(islamophobia)’이라고 표현했다.
▶용어설명
부르카 전신을 가리고 눈도 망사 형태로 가린 이슬람 여성의 의복. 손에도 장갑을 끼는 경우가 많음. 주로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이 착용함.
니캅 전신을 가리고 눈만 드러내는 의복. 부르카에 비해 색상이 다양함. 주로 파키스탄, 모로코 여성들이 착용함.
히잡 얼굴만 내놓는 두건 모양으로 아랍권 여성들이 널리 착용하는 의복.
차도르 얼굴을 제외한 전신을 가리는 형태의 의복. 얼굴을 내놓는 점만 부르카와 다름. 주로 이란 여성들이 착용함.
부르카 전신을 가리고 눈도 망사 형태로 가린 이슬람 여성의 의복. 손에도 장갑을 끼는 경우가 많음. 주로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이 착용함.
니캅 전신을 가리고 눈만 드러내는 의복. 부르카에 비해 색상이 다양함. 주로 파키스탄, 모로코 여성들이 착용함.
히잡 얼굴만 내놓는 두건 모양으로 아랍권 여성들이 널리 착용하는 의복.
차도르 얼굴을 제외한 전신을 가리는 형태의 의복. 얼굴을 내놓는 점만 부르카와 다름. 주로 이란 여성들이 착용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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