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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부 기사 2010.8.~

올해 아마존 열대우림 벌목 급증 … 브라질은 보호법도 완화 태세

올해 아마존 열대우림 벌목 급증 … 브라질은 보호법도 완화 태세

ㆍ환경단체, 내달 법 통과 땐 한반도의 4배 파괴 ‘대재앙’

브라질에서 아마존 열대우림보호법 개정안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개정안대로 법이 바뀔 경우 지난 50년 동안 파괴된 열대우림보다 더 넓은 면적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지만 정치인들은 개발 논리에 손을 들어주고 있다.

지난 5월25일 브라질 하원은 보호법 개정안을 찬성 410표, 반대 63표의 압도적인 표차로 의결했다. 개정안은 현행법이 모든 토지소유자가 열대우림 면적의 80%를 보존해야 한다는 규정을 완화해 400㏊ 이상 소유자는 50%만 보존하면 되도록 하고 있다. 또 400㏊ 미만 소유자는 소규모 삼림 소유자로 분류해 의무 보존 비율을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환경단체들은 이 법안이 실시될 경우 재앙에 가까운 환경파괴가 일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환경전문 사이트인 몬가베이닷컴에 따르면 다음달 상원에서 이 법안이 의결돼 시행될 경우 현재까지 파괴된 아마존 열대우림 면적인 73만㎢보다도 더 넓은 85만㎢가량의 열대우림이 파괴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한반도 면적 약 22만㎢의 4배에 가까운 넓이의 열대우림이 파괴된다는 것이다. 적어도 300억t가량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될 가능성도 있다. 이는 중국의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의 15배에 달하는 양이다.

브라질 아마존지역에 거주하는 카이아포부족의 한 원주민이 지난 2월8일 수도 브라질리아의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벨로몬테댐 건설 반대 집회에 참석해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의 얼굴이 그려진 포스터를 들고 팔뚝질을 하고 있다. 브라질리아 | AFP연합뉴스

이 법안을 발의한 브라질 공산당 지도자 아우두 헤벨루는 아마존 일대 빈농들이 가난에서 벗어나도록 하는 것이 취지라고 주장하고 있다. 1965년 보호법안대로 80% 비율을 지키는 경우가 거의 없어 현재 상황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데다 지나친 규제 때문에 소농이나 빈농들이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논리다. 개정안 옹호론자들은 또 환경단체들의 주장과 달리 파괴되는 열대우림 면적이 늘어난다는 것은 근거가 없으며, 오히려 제대로 된 토지 관리가 가능해 보호되는 면적이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환경단체들은 헤벨루의 취지와는 달리 개정안에 찬성하는 세력은 대부분 대토지 소유자와 벌목업자, 낙농업자들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 브라질 일간 상파울루뉴스가 지난달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 1286명 가운데 85%가량이 개정안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정안 옹호론자들의 빈곤 퇴치 명분에 대해서도 지나치게 근시안적인 시각이며, 정부 차원의 장기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2008년 7월 이전의 불법 벌목행위에 대해 모두 사면한다는 조항이 포함된 것에 대해 분노하는 브라질인도 많다.

비판 여론이 거센 상황이지만 집권 여당인 노동당 및 연정을 이룬 중도 성향 정당들에서 반란표가 나온 이유는 지방 출신 국회의원들의 상당수가 지역 민심을 신경쓸 수밖에 없어서라고 미국 IPS 통신은 분석했다. 대토지 소유자들의 집요한 로비도 하원 의원들에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현지 언론과 환경단체는상원에서도 법안이 통과될 것으로 보고 있다.

법안 실시 여부는 결국 거부권을 쥔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64)에게 달려 있다. 세계 최대 열대기후 생태계 연구기관인 열대생물학보호협회는 호세프 대통령에게 상원에서 법안이 의결되더라도 거부권을 행사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호세프는 지난해 대선 당시 이 법안의 폐지를 약속한 바 있다.

아마존의 열대우림은 브라질에 신이 내린 축복이다. 현실적으로는 개발과 보존 사이에 대립을 낳는 고민거리이기도 하다. 브라질 정부는 개인이나 기업의 아마존 개발에 대해서는 제한을 하면서도 대규모 댐이나 고속도로 등 국책 건설사업 추진과정에서는 환경보호보다 경제발전을 우선하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호세프 대통령은 지난 6월 초 브라질 정부가 미래 전력 수요 확보를 위해 강력하게 추진해온 벨로몬테댐 건설 계획을 승인했다. 벨로몬테댐 건설은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전 대통령(66) 당시부터 브라질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해온 사업이다. 브라질 정부는 1990년대에 처음으로 댐 건설계획을 제안했지만 환경단체와 원주민들의 강한 반발로 건설 작업이 시작되지는 못했다. 댐이 완공되면 열대우림 약 500㎢가 물에 잠기고, 원주민 2만명이 삶의 터전을 잃게 되는 탓이다.

아마존을 관통하는 고속도로(BR-163) 건설 역시 72년부터 계획됐지만 반대 의견이 많아 작업이 더디게 진행됐다. 주로 아마존 일대에서 생산되는 콩과 쇠고기를 실어나르기 위한 이 고속도로의 포장률은 현재 44%가량을 보이고 있다. 


브라질 정부는 경제발전을 위해 선택한 대규모 건설사업들로 인해 열대우림 파괴 속도가 빨라지자 대책 마련에도 부심하고 있다. 지난 5월 브라질 국립환경연구소가 위성사진을 분석해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아마존 열대우림에서 벌목된 면적은 2010년 3~4월 103㎢에서 2011년 같은 기간 593㎢로 약 6배 가까이 늘어났다. 지난 1일 국립환경연구소는 지난 5월의 벌목면적이 268㎢로 2010년 같은 기간에 비해 1.7배 가까이 늘어났다고 밝혔다. 벌목 면적이 급증하자 이자벨라 테세이라 브라질 환경장관은 그 원인과 대책을 밝히기 위해 비상 내각을 꾸렸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아마존 열대우림의 벌목 면적이 급증하고 있는 이유로 벨로몬테댐 및 고속도로 건설, 세계 주요 식량공급지역으로 떠오르고 있는 점을 들고 있다. 몬가베이닷컴에 따르면 브라질 내에서 지난 5월 벌목 면적이 가장 넓었던 지역은 벨로몬테댐 건설이 예정돼 있는 북부 파라의 알타미라지역이며, 두 번째로 넓었던 지역은 아마존 고속도로의 핵심지역인 혼도니아의 포르투 벨류였다. 현재 브라질에서는 생산량 감소 등으로 식량위기를 겪고 있는 다른 나라들과 달리 곡물, 쇠고기 생산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브라질 정부에 따르면 브라질에서 사육되고 있는 소는 94년 약 1억5800만마리에서 2007년에는 약 2억마리로 늘어났다. 증가한 4200만마리 가운데 80%가량이 아마존지역에서 사육되고 있다. 콩의 경우 94년 생산 규모가 191억헤알(약 12조8400억원)이었으나 2007년에는 926억헤알(약 62조2700억만원)로 4.8배가량 늘어났다.

아마존 유역 토지의 상당 부분이 불법적으로 점유·이용돼 사실상 통제불능 상태인 것도 브라질 정부가 골머리를 앓는 이유다. 열대생물학보호협회에 따르면 아마존 유역에서 불법적으로 점유, 사용되고 있는 토지는 97만㎢에 달한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a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