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중동 관련 기사 2010.2.~

 “여성들에게도 선거권과 운전할 권리를 달라” 사우디 여성들의 정치활동


사진 출처 : CNN 홈페이지 갈무리.
위 : 사우디아라비아 여성들이 “자유”, “평등을 원한다”, ”나는 말하고 싶다”, “참가하고 싶다” 등의 글이 적혀있는 종이를 들고 있다. 이 사진은 한 쿠웨이트 블로거가 사우디여성혁명을 돕기 위해 사용한 것이다. 
아래 : 사우디아라비아 여성들이 지난달 23일 제다의 선거사무소에서 유권자 등록을 요구하고 있다.


 “여성들에게도 선거권과 운전할 권리를 달라”
 남성중심주의적인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각종 권리를 제한당해온 사우디아라비아 여성들이 처음으로 차별을 줄이기 위한 공식적인 정치행동에 나섰다.
 4일 CNN방송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 여성들은 최근 ‘사우디여성혁명’이라는 조직을 만들어 여성들이 입후보하지 못함은 물론 투표할 권리도 없는 사우디 선거법을 개정하기 위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처음 활동이 시작된 페이스북 페이지를 만든 누하 알 술라이만(28)은 “처음에는 트위터에 여성들이 자신들에게 고통을 주는 모든 것에 대해 쓰는 것을 허용하라는 해시태그를 달았다”며 “혁명이라는 단어를 쓰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내가 매일 겪는 고통에 대해 무언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해시태그는 트위터에서 글을 쓸 때 다른 트위터 사용자들이 같은 주제를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샵) 표시와 함께 검색어를 입력해 놓는 것을 말한다.
 술라이만을 포함해 그와 뜻을 같이하는 여성들 12명은 지난달 23일 9월 지방선거를 위한 유권자 등록이 시작된 수도 리야드의 선거사무소에 찾아가 유권자로 등록하게 해달라는 요구를 했다. 제다와 다맘, 코바르 등의 도시에서도 여성들이 같은 시도를 했다. 미국 공영방송 NPR에 따르면 이날 선거사무소의 남성들은 여성들의 유권자 등록을 거부했다. 여성들의 권리가 극히 제한돼 있는 사우디에서 이 같은 여성들의 행동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이들의 가장 큰 목표는 현재 사우디에서 시행되고 있는 여성들에 대해 남성들이 후견인을 맡도록 하는 제도를 없애는 것이다. CNN에 따르면 후견인제도란 사우디 여성들이 남편, 아버지, 형제, 아들 등 가족 구성원 중 남자들로부터 결혼, 취직 같은 중대사는 물론 공부, 여행, 병원 치료 등도 허락을 받도록 돼 있는 제도를 말한다. 또 이들은 여성들에게 운전할 권리를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사우디 시민정치권협회 대표 모하마드 파하드 알 카타니는 NPR와의 인터뷰에서 “여성들은 선거에 참여할 권리가 있고, (이를 막는) 정부를 이해할 수 없다”며 “내 생각에는 정부가 (여성의 정치 참여 금지를) 극단주의자들에 대한 보상으로 사용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술라이만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트위터, 페이스북 등 사회적 관계망 서비스(SNS)가 활동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에는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이들을 만날 수 없었지만 소셜 미디어가 그것을 가능하게 해줬다”고 말했다. 현재 술라이만이 만든 페이스북에는 3000명이 좋아한다는 표시를 클릭에 동의한 상태다. 술라이만은 “우리는 우리의 권리를 위한 싸움을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변화의 때가 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