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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관련 기사 2010.2.~

‘시리아 군사개입’ 손사래치는 미국, 왜 꺼리나

‘시리아 군사개입’ 손사래치는 미국, 왜 꺼리나

ㆍ① 아랍연맹의 지지 얻기 힘들어
ㆍ② 중동역학 흔들 지정학적 위치
ㆍ③ 산유량 적고 추가 전쟁도 부담

반정부 시위를 무력 진압하고 있는 시리아와 리비아에 대한 미국의 시각과 대응이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독재정권의 유혈진압이란 공통점이 있지만 무인 전투기로 공습까지 한 리비아와는 달리 시리아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개입을 꺼리고 있는 상황이다.

미 CNN방송은 26일 “오바마 행정부가 리비아에 군사개입을 할 때와 현재 시리아는 다르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면서 시리아에 대한 적극적인 개입은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미 백악관 제이 카니 대변인은 지난 25일 “리비아는 영토의 상당 부분이 무아마르 카다피의 통제를 벗어난 특수한 상황이었다”며 “구체적인 행동과 관련한 국제적인 합의가 있었고, 아랍연맹의 지지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시리아의 경우 다양한 정치적인 방안들이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은 앞서 시리아 정부 핵심인사 등 특정인의 자산을 동결하는 등의 “정밀한 제재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군사개입 가능성은 부정했다.

미국이 시리아에 선뜻 개입하지 않는 것은 이집트와 함께 범아랍주의에 기반한 아랍통일운동을 이끌었던 시리아의 위상 때문으로 분석된다. 보수 성향의 싱크탱크인 미국기업연구소의 다니엘 플레카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아사드는 독재자이고 카다피보다 더 악랄하다고 할 수도 있다”면서도 “아사드와 가까운 관계인 아랍연맹의 지지를 얻기 힘들다는 점도 미국이 적극 나설 수 없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레바논, 이스라엘 등과 영토를 맞대고 있는 시리아의 지정학적인 위치도 직접적인 개입을 어렵게 하는 이유다. 이란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하마스·헤즈볼라와도 연계가 있는 시리아가 향후 중동평화협상에서 이스라엘의 잠재적 협상 상대가 될 것이라는 것이 미국의 인식이다. 플레카는 “아사드를 물러나게 할 경우 중동의 전체 역학 관계가 달라지고 미국의 이익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라크, 아프가니스탄에 이어 리비아까지 전장이 확대된 상황에서 시리아에 대한 추가 병력 투입은 미국으로선 모험일 수밖에 없다. 또 시리아의 산유량이 미미하다는 것도 유럽국가들에 양질의 원유를 공급하는 세계 7위 산유국인 리비아와는 다르다.

한편 시리아 정부는 지난 25일 다라에 추가로 군을 배치하는 한편 수도 다마스쿠스 외곽의 도시 두마와 바스니야에도 병력을 투입하는 등 탄압 강도를 높이고 있다. 27일 로이터통신은 익명을 요구한 전직 시리아 군인의 말을 인용, “두마에 2000명 이상의 치안부대가 26일 투입돼 도로를 봉쇄하고 주민들의 신원을 확인하면서 반정부 시위대를 색출하고 있다”고 전했다. 두마는 다마스쿠스 시내로 진입을 시도하던 반정부 시위대에 대한 시리아군의 총격이 집중됐던 요충지로 25일에도 대규모 시위가 벌어진 바 있다.

현지 인권단체인 ‘사와시아’는 다라에 병력이 투입된 지난 25일 이후 35명이 숨지고, 500명이 체포됐다고 밝혔다. 26일 알자지라방송은 반정부 시위대 지도부의 말을 인용해 시위대에 발포하는 것을 거부한 군 장교들이 처형당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26일 시리아 사태에 대한 성명 채택을 논의했지만 합의에 실패하고 27일 다시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