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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老여배우 “이웃에도 평화를” 팔레스타인 독립 지지

ㆍ41년 전 팔레스타인 테러에 한쪽 다리 잃어
ㆍ지식인 등 50명과 함께 “1967년 국경 인정” 요구… 이 우파는 “배신자” 비난

“63년 전 이곳에서 이스라엘 독립국가의 건설이 선언됐습니다. 이제 우리 이웃들 모두에게도 평화를 가져다 주어야 합니다.” 

87세의 이스라엘 여배우 한나 마론은 21일 이스라엘 최대 도시 텔아비브의 독립기념관 앞에서 팔레스타인 독립국가의 건설을 지지하는 이스라엘 지식인들과 예술인들의 성명을 읽었다. 팔레스타인 독립국가를 허용치 않는 이스라엘 보수우파 시위대가 코앞까지 진입해 난동을 부렸지만 마론은 끝까지 담담하게 낭독을 마쳤다. 

한나 마론은 이스라엘의 가장 위대한 여배우로 평가되는 동시에 대표적인 평화활동가로도 알려져 있다. 1970년 영국으로 공연을 하러 가던 도중 중간 기항지인 뮌헨에서 팔레스타인 무장집단의 테러로 한쪽 다리를 절단하는 부상을 입었다. 하지만 1년 후 의족에 의지해 배우 활동을 재개했고, 동시에 평화운동에 뛰어들었다. 

이스라엘 언론 와이넷(Ynet)은 그에 대해 “그(마론)는 힘든 경험을 겪은 덕분에 아랍인들과 유대인 사이의 공존과 평화를 위해 용감하게 활동해왔다”고 보도했다.

22일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에 따르면 전날 마론이 독립기념관 앞 로스차일드 거리에서 대표로 발표한 성명에는 17명의 이스라엘상(賞) 수상자와 전직 장관, 감독, 작가, 대학 교수 등 이스라엘을 대표하는 지식인과 예술인 50여명이 참가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우리는 앞으로 이뤄질 이스라엘의 이웃 팔레스타인 국가의 독립선언을 환영하기 위해 오늘 이 자리에 모였다”며 “이스라엘 시민과 크네셋(의회), 정부, 세계 각국의 정부와 시민들에게 두 나라를 인정해 줄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지식인들은 이스라엘이 1967년 제3차 중동전쟁에서 승리하면서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 등을 점령하기 이전의 국경선을 뜻하는 ‘1967년 국경’을 팔레스타인의 국경선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점령으로부터의 독립을 선언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스라엘 우파 시위대는 이날 독립기념관 앞에 모여 마론을 비롯한 지식인들에게 확성기로 “배신자” “유대인 나치들”이라고 욕을 하며 성명 발표를 방해했다. 이들은 이스라엘 국기를 흔들며 마론에게 “당신은 뭔헨에서 당한 일을 잊어버렸다”고 외쳤다.

이스라엘 정부는 지식인들의 주장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리모르 리브나트 이스라엘 문화체육부 장관은 이스라엘 라디오에서 “성명에 서명한 이스라엘상 수상자들을 존경하지만 그들의 극단적인 견해에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니 아야론 외교부 차관은 “팔레스타인인들에게 이스라엘과의 협상 없이 자신들이 일방적으로 국가를 건설할 수 있으리라는 잘못된 희망을 줄 뿐”이라고 혹평했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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