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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멘 대통령 “연내 사퇴”, 야당과 합의…‘33년 독재’ 마감

예멘 대통령 “연내 사퇴”, 야당과 합의…‘33년 독재’ 마감

ㆍ바레인, 17일째 국왕퇴진 시위
한 예멘 청년이 2일 수도 사나에서 반정부 시위 도중 알리 압둘라 살레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며 국기를 흔들고 있다. 사나 | 로이터연합뉴스


반정부 시위 장기화로 궁지에 몰린 예멘의 알리 압둘라 살레 대통령이 2일 올해 안에 사퇴하겠다는 타협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반정부 시위대는 살레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요구하며 대화를 거부하고 있다. 바레인에서도 반정부 시위가 장기화되는 양상이다.

33년째 독재하고 있는 살레는 이날 야당 지도자들과 만나 연말까지 권력 이양을 위한 계획을 수립하기로 합의했다. 살레가 물러나게 될 경우 튀니지의 지네 알 아비디네 벤 알리와 이집트의 호스니 무바라크에 이어 대규모 반정부 시위로 인해 물러나는 세번째 아랍권 장기 독재자가 된다.

그러나 주로 젊은층으로 이뤄진 시위대는 “살레가 만난 야당 지도자들과 시위대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으며 이들 중 상당수는 살레에게 충성하던 야당세력”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알자지라 방송에 따르면 수천명의 시위대는 이날 수도 사나의 사나대학 근처에 모여 “정권이 물러날 때까지 대화는 없다”며 살레의 퇴진을 요구했다. 이날 남부 라하즈주에서 시위대 2명이 사망하고 호데이다주에서 30명이 다치는 등 사상자도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앞서 살레는 존 브레넌 미 백악관 국토안보보좌관에게 전화를 걸어 전날 자신이 사나대 강연에서 “예멘 정치불안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음모”라며 민주화 시위의 배후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지목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 

바레인에서는 하마드 빈 이사 알 칼리파 국왕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가 17일째 이어졌다. AP통신에 따르면 2일 바레인 수도 마나마에서는 반정부 시위와 친정부 시위가 잇따라 벌어졌다. 주로 시아파인 수천명의 반정부 시위대가 펄 광장에서 국왕 퇴진과 정치범 석방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반정부 시위대는 현재 약 200명의 정치범이 수감돼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후 수니파 중심의 친정부 시위대는 국왕에 대한 충성을 맹세했다.

이란에서는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면서 보안군에 체포되는 이들이 급증하고 있다. 이란 야권은 자체 웹사이트를 통해 1일 수천명이 수도 테헤란과 다른 도시에서 벌인 반정부 시위 도중 적어도 79명이 구속됐다고 주장했다.

한편 튀니지 과도정부는 2일 수감돼 있던 800명의 정치범 모두를 석방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