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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관련 기사 2010.2.~

치안 불안 틈타 ‘유물 도둑’ 기승

치안 불안 틈타 ‘유물 도둑’ 기승

ㆍ박물관 창고 습격 잇따라… 시위대가 입구 지키기도
이집트 특공대가 지난달 31일 수도 카이로의 박물관에서 파손된 전시실을 둘러보고 있다. 카이로 | AP연합뉴스

이집트 반정부 시위로 치안이 불안한 틈을 타 고대유물을 노리는 박물관 및 고대유물 보관창고에 대한 습격이 잇따르고 있다. 이집트 당국과 시민들의 노력으로 아직까지 큰 피해를 입지는 않은 상황이다.

이집트 북동부의 도시 이스마일리아 부근에 있는 칸타라박물관의 유물 창고가 괴한들에게 습격을 당했다고 31일 로이터통신이 이집트 경찰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괴한들은 “금을 찾고 있다”고 박물관 직원들에게 말했으며 약탈 과정에서 일부 유물을 파괴했다. 또 이집트 고고학자들에 따르면 사카라와 아부시르의 피라미드 근처 창고들도 괴한들에게 습격을 당했으나 경비원들과 마을 주민들이 이들을 격퇴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아부시르는 나일강변에 피라미드가 늘어서 있는 지역이며, 사카라는 이집트에서 가장 오래된 매장지이다. ‘왕가의 계곡’으로 유명한 룩소르에서도 박물관 약탈 시도가 있었으나 격퇴됐다. 

지난 29일에는 전날 밤 시위가 한창인 틈을 타 괴한들이 카이로 중심지의 이집트박물관을 습격해 여러 개의 석상과 미라가 손상을 입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위대들이 박물관 입구에 인간띠를 만드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1902년 세워진 이집트박물관은 투탕카멘왕의 황금마스크 등 수만점의 고대유물이 소장돼 있다. 자히 하와스 이집트 고대유물최고위원회 위원장은 31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28일 밤 침입한 괴한들이 박물관 내 말기왕조 전시실에서 금을 찾지 못하자 유물들을 바닥에 던졌다”며 “손상을 입었지만 복구할 수 있는 정도”라고 말했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