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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관련 기사 2010.2.~

주목받는 ‘이슬람주의 야권

주목받는 ‘이슬람주의 야권


ㆍ’서민 삶 관심… 오랜 탄압으로 정치적 역량은 아직 한계

반정부 시위가 격화되고 있는 이집트와 튀니지, 요르단 등에서 구체제가 흔들리고 있지만 이를 대체할 정치세력은 아직 자리가 잡히지 않고 있다. 주민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이슬람 근본주의 정당 또는 조직이 주목받는 이유다. 그러나 권위주의 정부의 오랜 탄압으로 위축된 야권의 정치적 역량은 아직 불투명한 상태다. 

이슬람 근본주의 조직들이 새삼 주목을 받는 것은 시위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 민주화와 주민 생활 안정 등에 대한 지향점이 시위대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6일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이집트 무슬림형제단은 정부가 외면하는 저소득층의 교육을 담당하는 한편 활발한 자선활동을 벌이고 있다. 2005년 총선에서 의석의 5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성장한 배경에는 친서민 행보가 있었다는 것이다.


튀니지의 이슬람주의 단체 엔나흐다도 활동 재개를 모색하고 있다. 영국 망명 중인 엔나흐다의 창립자 라시드 간누치는 지난 25일 터키 TRT방송 인터뷰에서 “우리는 터키와 같은 방식의 민주화를 원하며 이란과 같은 이슬람혁명을 바라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어떤 정당도 배제되지 않는 선거를 치러야 한다”고 말했다. 요르단에서는 무슬림형제단이 28일 전국적인 집회를 준비하는 등 시위를 이끌고 있다.

이집트 무슬림형제단과 엔나흐다는 모두 자국에서 합법적인 정당·조직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이집트 정부는 지난해 11월 총선 기간 무슬림형제단 지지자를 1000명 이상 체포하는 등 탄압을 강화해왔다. 튀니지의 엔나흐다도 1989년 총선에서 수도 튀니스에서만 30%가량의 득표율을 얻었지만 이후 불법화돼 탄압을 받아왔다. 미국과 서방, 이스라엘이 이슬람주의 정당·조직들의 정권 장악을 방관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비이슬람 야권 정치세력은 더 미약한 상황이다. 이집트 야권 지도자인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의 경우 국제적인 지명도와 달리 국내 지지는 크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고 뉴욕타임스가 26일 전했다. 정작 시위 주도층인 젊은이들은 이집트 소수 야당들도 신뢰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